무신사, 상장 채비…체질 개선·ESG 경영 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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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상장 채비…체질 개선·ESG 경영 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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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매출·이익 동반 성장…사외이사 선임·소상공인 펀드 등 전방위 정비

컨슈머타임스=김유영 기자 |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상장을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실적 반등과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기반으로, 조직 개편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까지 포괄적인 체질 개선 작업에 나서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무신사가 이르면 올 하반기, 늦어도 내년 초 기업공개(IPO)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29일 IB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6월 중 주요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하고 상장 주관사 선정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RFP는 상장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사전 절차"라며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무신사의 상장 논의는 지난 2019년 미국계 벤처캐피털 세콰이어캐피털로부터 약 19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제시된 '5년 내 IPO' 조건과도 맞물려 있다. 약정 기한은 지난해 말 종료됐다.

시장에서는 무신사가 내외부 여건을 고려해 상장 시점을 신중히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무신사의 실적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연결 기준 매출은 1조2427억 원으로 전년 대비 25.1%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1028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1951억 원에 달한다.

2025년 1분기 실적도 전년 동기 대비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분기 매출은 2929억 원(12.6% 증가), 영업이익은 176억 원(24% 증가), 당기순이익은 157억 원으로 2배 이상 성장했다.

무신사 스탠다드.
무신사 스탠다드.

이 같은 성과의 중심에는 자체 브랜드(PB)인 '무신사 스탠다드'가 있다. 오프라인 매장은 지난해 신규 14개 점을 출점했고, 2025년 1분기 누적 방문객은 47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외국인 방문객 비중이 절반에 달하는 플래그십 스토어도 등장하며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무신사는 실적 개선 외에도 조직 효율화를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적자가 지속되던 패션 MCN 자회사 '오리지널랩'과 지속가능성 플랫폼 '무신사랩'을 청산하며 비효율 사업 정리에 나섰다.

조직 개편과 거버넌스 정비도 본격화됐다. 무신사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사외이사 3인을 신규 선임하며 이사회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했다. 이사회 구성원 10명 중 사내이사는 3인, 사외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는 7인으로, 외부 인사가 다수인 구조다.

새로 선임된 이행희 전 한국코닝 대표, 이황 고려대 교수, 임수현 DS프라이빗에쿼티 대표는 각각 글로벌 경영, 경쟁법, 투자금융 분야의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무신사는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임원보상위원회 등 3개 독립 위원회를 신설해 내부 통제와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다. 각 위원회는 사외이사 2인과 사내이사 1인으로 구성돼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IPO 요건 중 하나인 지배구조 개선과도 맥이 닿는다.

무신사 스튜디오 동대문 종합시장점 재봉실 내부 모습.
무신사 스튜디오 동대문 종합시장점 재봉실 내부 모습.

ESG 기반의 상생 전략도 무신사의 IPO 준비 흐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축이다.

최근 무신사는 중소 패션 브랜드를 위한 '파트너 펀드 프로그램' 참여 브랜드를 최종 확정하고, 연내 총 1000억 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추진 중이다. 브랜드의 성장 단계에 따라 인큐베이션, 그로스, 코어로 지원 유형을 세분화했으며, 자금은 생산비뿐 아니라 마케팅, 브랜딩 등 실질적인 운영 전반에 쓰일 수 있도록 했다. 올 2분기 기준 누적 지원금은 4000억 원에 달한다.

이와 함께 무신사는 2018년부터 운영해온 '무신사 스튜디오'를 서울 성수와 동대문 등으로 확장하며 신진 디자이너와 소규모 브랜드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촬영, 재봉, 디자인 검수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한 이 공간은 무신사의 대표적인 ESG 실천 사례로 꼽힌다.

29일 기준 장외시장에서 무신사의 기업가치는 약 3조5000억 원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앞서 KKR 등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할 당시엔 4조5000억 원 안팎의 밸류에이션이 거론된 바 있으며, 업계에선 무신사가 5조 원 이상을 희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IPO 시점에서의 성장성·수익성 입증이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무신사는 1분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상경영 체제를 유지 중이다. IPO 이후에도 거품 없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보수적인 재무운영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한편으로는 소비심리 위축과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된다. 불필요한 마케팅 지출을 줄이는 한편 오프라인과 글로벌 전략에는 차질 없이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무신사의 상장은 국내 유니콘 스타트업 중에서도 드문 '패션 플랫폼 IPO'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주 이용층인 20~30대 소비자뿐 아니라 젊은 투자자들의 관심도 집중될 전망이다.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해외 진출 △PB 브랜드 확대 △물류 고도화 등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무신사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IPO 성공의 열쇠가 될지 주목된다.

무신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상장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내부 검토 중"이라며 "시장과 고객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경영 투명성과 실적 개선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무신사가 실적 반등과 브랜드 경쟁력, ESG 기반 전략을 갖추며 상장을 위한 기초 체력을 다지고 있다"며 "비상장 유니콘 기업 중에서도 첫 패션 플랫폼 상장 사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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