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등 주력산업 침체에 내수시장 실적 둔화 지속

컨슈머타임스=김동현 기자 | 미국 에너지 정책기조 변화와 철강업 쿼터의 수혜를 받는 것으로 평가받는 세아제강이 해외 실적 상승을 이뤄냈다.
그러나 건설업 등 주력 산업의 침체로 내수시장에서의 실적 둔화가 지속되면서 회사의 전체적인 수익성은 뒷걸음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아제강지주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2025년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94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했다.
이같은 매출 상승의 배경에는 북미 현지 법인인 세아스틸아메리카(SSUSA)의 오일&가스용 에너지 강관 판매량 증가와 중동 시장의 프로젝트 공급 물량 확대 등이 있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한 65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건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한 내수 부문의 수익성 하락이 주요 원인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세아제강의 최근 내수 실적은 국내 건설 경기 침체와 수요 감소로 인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분기 별도 기준 국내 시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2% 감소한 3958억 원, 영업이익은 9.4% 줄어든 288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실적에서도 내수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2.8% 감소한 1조 8094억원, 영업이익은 2029억원으로 집계된 것이다. 이러한 내수 실적 하락은 국내 건설 경기의 침체와 에너지용 강관 수요 감소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세아제강은 미국의 철강제품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호재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일률적으로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발효하면서 미국 시장 매출 의존도가 36.7%에 달하는 세아제강 역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미국 내 철강 가격 상승과 수급 구조, 에너지 수요 증가 등이 이뤄진 데다, 25% 이상의 관세를 부과받는 국가의 수출물량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세아제강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의 에너지 독립 정책과 시추 활동 확대가 이어지면서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이 알래스카 북부 푸르도베이에서 추출한 천연가스를 남부 니키스키까지 약 1300km의 가스관을 통해 운송한 후 액화하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총 사업비 64조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세아제강 등 국내 기업들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세아제강은 이미 카타르, 캐나다, 모잠비크 등에서 LNG 프로젝트용 강관을 공급한 경험을 갖췄고, 지난 2016년 미국 내 OCTG 생산공장 2곳을 인수한 SSUSA를 활용해 현지에서 사업에 참여하기 유리한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아제강은 고강도와 내부식성에 강점을 가진 클래드 강관을 생산하고 있어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핵심 공급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도 기대된다.
세아제강은 해당 프로젝트 참여를 비롯해 친환경 에너지(해상풍력, CCUS, 수소 등) 분야의 고부가가치 강관 판매 확대를 통해 점진적인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미국 행정부의 에너지 규제 완화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오일&가스 프로젝트 확대에 따른 에너지용 강관 제품 수요는 당분간 견조하게 유지될 전망이다.
이 외에도 중동 및 유럽 시장에서 수주한 대규모 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물량 공급이 본격화되며 관련 매출 인식이 가시화되고 있는 점도 향후 해외 부문 실적상승을 기대케 하는 요소다.
세아제강지주 관계자는 "중동·유럽 시장에서 수주한 대규모 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물량 공급이 본격화되추가 수주 가능성을 기대한다"며 "이 외에도 AI·빅데이터 기술의 확산을 바탕으로 글로벌 전력 수요가 늘며 강관·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수요도 지속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적의 걸림돌로 평가받는 내수 시장의 경우 뾰족한 돌파구가 없는 상황이다. 다만, 대통령 선거가 이뤄진 이후부터 국내 주택 착공실적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업계의 전망이 나오며 철강제품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또한, 해상풍력 및 LNG 프로젝트 확대에 따라 내수 시장의 점진적인 개선도 이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세아제강의 경우 미국 시장 내 지배력을 바탕으로 관세 부과 이후에도 오히려 수혜를 보고 있는 기업 중 한 곳"이라며 "미국 시장 내 단가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방어, 대규모 프로젝트 수행에 대한 기대감 등을 통해 부진한 국내 실적을 어느정도 상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반기 실적 개선의 관건은 내수 시장의 회복 정도가 핵심이 될 것"이라며 "새 정부 집권 이후 부동산 시장의 방향 등에 따라 내수 시장의 회복세가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