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규 우리은행장. [사진=연합뉴스]](/news/photo/202409/612534_526718_4351.jpeg)
컨슈머타임스=김하은 기자 | 시중은행장 임기가 올해 말 만료되는 가운데 은행 간 연임 여부와 관련, 희비가 엇갈리는 모양새다. 최근 은행권 내 배임과 횡령 등 잇단 금융사고에 따른 내부통제 문제가 연임을 가를 최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는 은행장을 비롯해 자회사 대표들에 대한 본격적인 승계 절차에 돌입했다.
은행장 연임 이슈에서는 조병규 우리은행장과 이석용 NH농협은행장,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의 연임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조 행장의 경우 잇단 금융사고에 노출되면서 연임 가능성이 가장 낮은 인물로 꼽힌다.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난달 27일 정기 이사회에서 1차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자추위)를 열었다. 이날 자추위는 연말 임기가 만료되는 행장 등 계열사 수장에 대한 향후 일정과 절차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행장은 지난해 7월 은행장으로 취임한 이후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과 직원 횡령사건에 연이어 휘말리자 금융당국으로부터 거센 질타를 받았다.
우리은행은 지난 6월 한 직원이 180억원대 횡령를 저지른 데 이어 최근 손 전 회장의 친인척에 대한 350억원대 부당대출 사건까지 잇따라 발생하자 내부통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감독원은 다음 달 우리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 인력 3~40명을 투입하고 문제를 면밀히 살펴볼 예정이다. 하지만 당국 조사에 따라 조 행장의 '책임론'은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이면서 연임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업계 목소리가 나온다.
KB금융 역시 이재근 국민은행장의 연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때 판매량이 8조원에 달하며 가장 큰 규모로 집계됐다. 이밖에 금감원이 지점 행원의 과다 대출 이슈로(487억원)로 조사에 돌입했다는 점 등도 이 행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행원이 허위서류를 이용해 부당대출을 취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NH농협은행 역시 연임이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행은 지난 3월 109억원에 이어 8월 121억원대 업무상 배임·횡령 등의 불미스러운 사건에 휩싸였다. 금융사고 발생 건 수도 5대 은행 중 가장 많다. 실제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발생한 금융사고는 농협은행이 1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행장이 내부통제와 관련 '책임론'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게다가 통상 농협은행장의 연임이 관례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연임보다는 교체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왼쪽부터)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 [사진=연합뉴스]](/news/photo/202409/612534_526721_4517.jpeg)
반면 연임에 무게가 실리는 은행도 있다.
먼저 정상력 신한은행장은 직전 행장이 건강상 이유로 갑작스레 물러난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임기 동안 실적 개선은 물론 금융사고 이슈도 없어 내부통제 측면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의 경우 외환은행 은행장 출신으로 자산관리와 글로벌, 기업금융 등 경쟁력 강화에 특화된 경영 방식을 고수하면서 실적을 크게 개선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 행장은 취임 첫 해인 지난해 당기순이익 1위를 기록한 이래 현재까지 양호한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추위에서 결정할 일"이라면서도 "내부통제가 금융권 수장의 연임을 판가름 할 주요 사안으로 대두되는 시기인 만큼 금융사고에 빈번히 노출된 은행에서는 연임보다는 교체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지난달 10일과 25일에 각각 자추위를 소집했으며, 내달까지 내외부 후보군에 대한 승계후보군(롱리스트) 선정을 완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