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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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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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튜더/김영사/2만2000원

컨슈머타임스=김성수 기자 | "지금 조선에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전심을 다해 충성할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저는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견뎌낼 것이옵니다. 그게 하늘의 뜻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이 책은 한국 사회에 대한 애정과 지극한 관심을 보이며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질문을 던진 전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이자 전 청와대 해외언론비서관 자문인 다니엘 튜더의 장편소설 데뷔작이다. 몇 번의 생을 다시 사는 회귀물부터 인공지능까지 과학과 판타지 소재가 넘쳐나는 2024년 한국 소설계에서 작가는 독자를 130년 전 조선의 궁궐 안으로 데리고 간다.

그 궁 안에는 강대국에 나라를 빼앗길 위기에 처한 우유부단하고 슬픈 왕과, 자주적으로 나라를 지키려다 일본 자객들의 칼에 비참한 최후를 맞는 약소국의 왕비가 살고 있다. 저자는 고종의 둘째 아들 의친왕 이강(1877~1955)의 이야기를 통해 불과 100여 년 전 강대국으로 둘러싸여 어찌할 바를 모르던 조선의 모습과 변화하는 시대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고 몰락하는 왕가의 비참한 현실을 세밀한 묘사와 사건 전개로 눈에 그려질 듯 생생하게 들려준다.

작가가 처음 의친왕 이야기를 들은 것은 의친왕의 아들인 이석 황실문화재단 이사장을 통해서였다. 전해 들은 의친왕의 파란만장한 삶과 독립운동에 대한 이야기는 의친왕의 삶을 재조명해보고 싶다는 저자의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한국전쟁과 민주화, 고도성장 등 지난 100년 한국 역사의 상전벽해 속에서, 그 태풍 같은 바람에 묻혀 잊힌 문제적 인간 이강의 삶과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울분을 토하고 또 욕망에 빠져 비틀거리기도 하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작가는 소설 마지막 왕국으로 격변의 시기를 살았던 사람들이 보여주는 면면의 삶을 통해 100여 년 뒤 조선이 있던 이 땅에 사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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