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청라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며 소비자의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알 권리 보장의 필요성이 부상한 가운데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오는 13일 국내 완성차 제조사 및 수입사와 함께 전기차 안전 점검 회의를 열어 배터리 정보 공개와 관련한 입장을 청취한다.
회의에는 현대차그룹, KG모빌리티 등 국내 완성차 제조사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BMW그룹코리아, 폭스바겐그룹코리아 등 주요 수입차 브랜드 관계자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최근 제조사 및 수입사에 이메일을 보내 회의의 취지 및 목적, 논의할 사안 등을 전달했다.
현재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신차를 출시할 때 차량의 크기와 무게, 최대출력, 전비, 배터리 용량 등은 안내하지만, 배터리 제조사나 제품명 등 상세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전기차 배터리 정보를 확인하려면 언론 보도를 참고하거나, 제조사에 직접 문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부 제조사는 소비자 문의에도 배터리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번에 불이 난 메르세데스-벤츠 EQE 차량의 경우 사고 직후 중국 1위 배터리업체인 CATL 제품이 탑재됐다고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세계 10위 업체 파라시스의 제품이 탑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주차타워에 전기차 입고 불가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해외의 경우 유럽연합(EU)은 오는 2026년부터 전기차 제조사들이 소비자에게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하도록 했고, 미국 일부 주도 배터리 정보 제공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는 배터리 정보 공개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제조사 및 수입사의 입장을 반영해 신중하게 검토해 나갈 방침이다.
전기차 제조사들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영업기밀 등을 이유로 공급받는 배터리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국토부가 공개를 강제할 경우 법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또 수입차의 배터리 정보 공개를 의무화할 경우 통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