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곽민구 기자 | 카카오가 오너 리스크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네이버 대비 3분의 1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해 큰 격차를 보여 '절치부심' 했으나, '총수 부재'로 인해 차이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같은 네이버와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정신아 대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달 29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시세 조종) 혐의로 구속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및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 기한 연장 허가 신청을 인용했다.
형사소송법 제203조 및 제205조 1항에 따르면 검찰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의 구속 기간은 10일이다. 이후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추가로 1차례(최장 10일) 구속을 연장할 수 있다.
기존 8월 1일까지였던 김범수 위원장의 구속 기한은 검찰의 구속 기한 연장이 인용됨에 따라 8월2일부터 11일까지 연장됐다.
검찰은 카카오가 2월 16·17일, 27·28일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주식을 고가에 매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이 그룹의 최고 의사 결정권자로서 시세 조종 계획을 사전에 보고받고 승인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카카오의 쇄신 및 신사업 전략이 올 스톱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소환 조사로 인해 쇄신과 성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AI 개발 조직 통합이 진행됐지만, 신규 모델 출시 일정이나 AI 서비스의 방향성이 공개되지 않아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공격적인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사법·규제 리스크 해소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특히 김 위원장의 이번 구속 연장으로 오너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네이버와의 격차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신아 대표를 중심으로 위기를 타개할 계획이지만, 그룹 최고 의사 결정권자가 없는 만큼 사업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네이버의 행보도 카카오를 조급하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 투자 책임자(GIO)를 중심으로 AI(인공지능) 주권을 강조하는 등 글로벌 AI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해진 GIO는 지난 6월25일(현지시각) 미국 엔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 최고 경영자(CEO)를 만나 '소버린 AI' 문제를 논의했다.
이날 만남에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도 함께하면서 젠슨 황 CEO에게 '하이퍼클로바 X(HyperCLOVA X)', 칩 기반 기술력 등 글로벌에서 몇 안 되는 AI 산업 생태계 요건을 갖춘 한국의 경쟁력을 강조하고, 기업 간 협력을 강화해 아시아 지역의 AI 리더십 확보를 위한 이니셔티브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 등 자사 기술을 기반으로 영어권 공룡 IT 기업들의 AI 패권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AI 신사업을 추진 중인 카카오를 한 발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초거대 AI 모델 '코GPT 2.0'이 계속 미뤄진 이유 중 하나가 사법 리스크였던 만큼 AI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해 네이버와의 격차가 벌어졌던 카카오는 2분기에도 네이버와의 차이를 좁히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네이버의 올 2분기 컨센서스는 매출 2조6447억원, 영업이익 4335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8%, 16.3% 늘어난 수준이다. 매출은 역대 2분기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카카오의 2분기 컨센서스는 매출 2조519억원, 영업이익 13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4%, 17.6% 증가할 전망이다. 영업이익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3배가 넘는 격차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정신아 대표를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가겠으나, 최종 결정권자가 부재한 것은 분명 제동이 걸릴 수 있는 요인"이라며 "미래 기술력, 실적 모두 네이버와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격차가 더 벌어지지 않기 위해 정 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