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장용준 기자 | 글로벌세아가 쌍용건설 인수 후 새로운 리더십 체제를 갖췄다. 글로벌세아의 김기명 대표가 쌍용건설 대표도 겸하면서 오너 출신 김석준 회장이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큰 폭의 임원인사도 단행됐다. 당초 쌍용건설의 건설명가 부활을 위해 기존 리더십을 이어갈 것으로 본 것과는 다른 파격적 행보다. 당분간 무리한 사업 확장보다는 재무구조 개선 등 내실을 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글로벌세아는 지난 2일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김기명 글로벌세아 대표를 쌍용건설 대표로 선임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두바이투자청(ICD)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이후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승인까지 마친 뒤 지난달 29일 잔금 납부가 끝난 상황에서 명실상부한 새주인이 된 시점에서 대표가 교체되는 파격 인사다.
이는 김 대표가 지난 2007년부터 글로벌세아 계열사인 인디에프 대표로 인연을 맺은 뒤 2016년부터 글로벌세아 대표로 굵직한 인수합병을 순조롭게 진행시킨 데다 이번 쌍용건설 인수를 진두지휘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을 띤다는 평이다.
아울러 김인수 전 현대건설 GBC사업단장을 사장으로 영입해 건설분야 전문성 확보에 나섰고, 관리심철식 세아상역 전무도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쌍용건설 경영지원 총괄 본부장을 겸하게 하면서 경영진으로 포함시켰다.
이번 임원인사에서 가장 큰 변화는 김석준 회장이 쌍용건설 대표에서 물러났다는 점이다. 김 회장은 고 김성곤 쌍용그룹 창업주의 차남으로 지난 1983년부터 쌍용건설 대표를 맡아 2006년~2010년 워크아웃 시기를 제외하면 항상 그 자리를 지켜 왔을 만큼 전문성과 상징성을 두루 갖춘 최고경영인이었다.
재계에서도 지난해 쌍용건설 인수에 나서면서 김 회장이 대표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 회장은 쌍용건설이 해외건설 영역을 넓히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와 중동 등에서 탄탄한 현지 네트워크를 구축해 쌍용건설의 랜드마크 프로젝트로 일컬어지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을 2007년 수주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또한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아랍에미레이트와 싱가포르 등에서 공사 손실이 발생했을 때도 직접 공사비 증액 협상에 나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등 해외 발주처와의 관계도 굳건하다는 평이다. 이에 불과 두 달 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에 김 회장이 동행해 그 영향력을 과시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첫 임원인사 발표는 이같은 기존의 전망을 뒤집은 결과다.
이를 의식한 글로벌세아 측은 "김 회장은 대표직에선 물러나지만 기대하는 부분이 많다"면서 "쌍용건설 경영 안정화와 사업 확장을 위해 그동안 보여준 리더십을 갖고 회사를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쌍용건설은 이달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계획으로 글로벌세아는 유상증자를 포함해 약 3000억원을 투입하고, 쌍용건설 지분 90%를 확보하게 된다. 이를 통해 쌍용건설 부채비율을 600%대에서 200% 중반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위축된 주택사업을 정상화시키고 신용등급 상향, 금융비용 절감, 시공능력평가 상승을 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사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세아가 쌍용건설을 인수할 당시에는 해외사업 확대라는 큰그림이 가장 큰 역할을 했고 이에 기존 경영진을 유지하려는 생각을 가진 게 맞을 것"이라면서 "다만 최근 경기침체와 더불어 유동성 악화가 건설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쌍용건설의 재무구조 개선 등 내실 다지기가 더 시급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글로벌세아그룹은 2025년까지 섬유/패션, 건설, 제지/포장, F&B(식음료), 문화/예술 분야를 주축으로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1조원 규모의 그룹으로 발전하겠다는 'VISION 2025' 전략을 수립한 후 쌍용건설을 인수하기에 이르렀다.
그룹은 쌍용건설의 새주인이 되면서 계열사 간의 시너지 효과뿐만 아니라 글로벌 역량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향후 쌍용건설은 글로벌세아 그룹 계열사들이 발주하는 사업은 물론 중남미 국가에서 인프라사업과 도시개발사업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새로운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글로벌세아그룹은 쌍용건설이 구축해 놓은 중동과 말레이시아, 싱가폴 지역 네트워크를 이용해 신규 사업 기회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과거 건설명가로 인정받던 쌍용건설이 새주인을 맞아 시너지를 내며 옛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