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저축은행 1100억대 '작업대출' 적발…업계 "나 떨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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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저축은행 1100억대 '작업대출' 적발…업계 "나 떨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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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하은 기자] 페퍼저축은행이 지난 2년간 1100억원대 불법 작업대출을 취급한 정황이 드러나자 저축은행업계가 긴장하는 모양새다. 이같은 대규모 작업대출이 저축은행에서 적발된 사례가 처음인 만큼 업계 전반으로 금융감독원의 강도 높은 검사가 이뤄질 지 이목이 쏠린다.

금융감독원 조사에서 페퍼저축은행은 2020년 4월부터 올해 5월 초까지 3년여간 1100억~1200억원 규모의 작업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4월 4일부터 5월 6일까지 5주간 페퍼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한 수시검사에서 작업대출을 취급한 정황을 적발했다. 작업대출은 가계대출 규제에서 벗어나 대출모집인이 서류를 조작하고, 이를 기반으로 회사가 개인사업자 대출을 내주는 방식이다.

페퍼저축은행은 조작된 서류를 기반으로 개인사업자 대출을 취급했는데, 전자세금계산서, 입·출금 거래내역서 등 대출금 사용증빙 서류를 위·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더 많은 대출을 받기 위해 사업자가 보유하고 있던 가계대출을 대출모집인이 먼저 갚고, 사업자 대출이 실행되면 상환자금과 함께 작업대출 수수료까지 받는 수법도 병행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이같은 방식으로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했고 담보인정비율(LTV)을 최대 90%까지 늘렸다. 회사는 수년간 개인사업자 확대하면서 대출 잔액이 2020년 3월 말 9544억원에서 올해 3월 말 1조8391억원으로 90% 이상 급증했다. 관련 대출 증가액 중 불법 작업대출이 약 13%에 해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적발 건은 1000억원이 넘는 대규모인 탓에 중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7월 초 저축은행 CEO(대표이사) 간담회에서 대출심사 및 자금용도 외 유용 여부에 대한 점검 강화를 요청하면서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금감원은 올해 말까지 최종 결론을 내리고 징계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페퍼저축은행 측은 "불법 대출을 취급한 모집인은 해촉 등 조치를 취했다"며 "사후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페퍼저축은행의 이번 불법대출 취급 논란으로 금감원의 수시 검사가 저축은행 전 업권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개인사업자 대출이 급증한 건 페퍼저축은행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 저축은행 10개사의 올 3월말 개인사업자 대출금은 14조4636억원으로, 전년 동기(8조3835억원) 대비 72.5% 증가했다.

금융당국의 주문으로 대출 총량제 등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은행권에서 개인사업자 대출 취급을 늘린 영향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저축은행업계가 사업자 대출을 취급하는 데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당국이 개인사업자 대출 취급액이 많은 저축은행에 대한 검사를 강화한 만큼 업계는 해당 대출 취급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작업대출을 전문으로 일삼는 조직들이 금융기관에 걸리지 않는 교묘한 수법으로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있어 저축은행이 개인사업자 대출을 취급하기를 꺼려할 가능성도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검사가 업계 전반으로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 작업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조직을 가려내기 위해 이전보다 대출을 취급할 때 보다 신중해지는 게 사실"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은행이 개인사업자 대출을 늘리면 당국 검사의 타깃이 될 수 있어 관련 대출을 늘리는 데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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