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가족부, 금융감독원은 민영 의보 상품의 보장한도 축소와 자기부담금 상향 방안에 대해 업계의 의견을 청취한 뒤 이달 말께 최종 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계속된 민영 의보 관련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한도를 90%로 낮추는 방안에 대해 이미 지난해 부처간 내부 합의를 마쳤다"고 말했다.
문제는 보장한도를 90%로 낮추는 근거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민영 의보 가입자들이 의료비를 공짜로 생각하고 필요하지 않아도 병원을 찾는 이른바 `의료 쇼핑'을 하는 바람에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6년 보건복지부는 논의를 시작하면서 의료보험 급여부분의 본인부담금은 개인이 내도록 하고 비급여부분에 대해서만 민영 보험에서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민영 의보가 활성화되면 건강보험 등 공적 보험이 위축될 것이라는 가정이 깔려있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민영 의보가 확대되면 향후 건강보험 보험료를 인상할 때 민영 의보 가입자들이 반발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건강보험이 위축돼 민영 의보에 가입하지 못한 서민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당시 보험업계가 격렬하게 반발하자 KDI에 실증 분석을 의뢰했다. 그런데 민영 의보 가입이 의료이용 증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논란은 흐지부지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해 초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민영 의보 보장 제한 논의가 재개됐다. 이번에는 본인부담금을 보장할 수 있게 하되 보장 한도를 80%로 낮추자는 의견이 등장했다.
이마저도 손보업계가 반발해서 무산되자 정부는 보장 한도를 90%로 축소하고 자기부담금을 5천∼1만원에서 1만∼1만5천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손보업계는 보장한도를 내리는 것은 보험 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사장단 명의로 건의서를 준비하고 있다.
반면 정부가 또다시 결정을 미룰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생보업계는 조속히 시행해야한다는 내용의 사장단 건의서를 작성하는 등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 왜 소비자가 10%를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보이지 않는다.
KDI 연구 결과에도 왜 민영 의보의 보장 한도를 낮추어야 하는지, 왜 90%가 되어야 하는지, 건강보험공단의 재정을 튼튼하게 만들 다른 방안은 없는지 등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이 없다.
손보업계에서는 "의료쇼핑을 막는데는 본인부담금을 높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며 "업계에서는 100% 보장해준다고 말하는 것이 영업에 편리하기 때문에 원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민영 의보 상품의 손해율이 높아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하지만 공식적인 손해율 수치가 없기 때문에 위험 통제가 되지 않을 정도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이와 함께 민영 의보 기존 가입자가 2천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신규 가입자에 대해서만 보장 한도를 제한한다고 해서 효과가 있을지, 지난 3월 민영 의보 보험료 인상을 앞두고 가입이 폭증하기 전에 조처를 했어야 했지 않은지 등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또 정부가 기존 가입자에게도 소급적용 되는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연구원 이석호 연구위원은 "소비자 입장에서 판단하는 것이 공정한 것 같다"며 "손보사의 주장대로 일괄 규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인지, 정부 안이 총괄적으로 옳은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컨슈머타임스(Consumer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