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과도수당 지급 등 과열경쟁 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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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과도수당 지급 등 과열경쟁 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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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출고 2009년 05월 25일 0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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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설계사에게 과도한 수당을 지급하며 과열경쟁을 벌인 데 따른 후유증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설계사에게 수당을 선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가 허위로 계약을 체결하고 수당만 챙기고 나가는 '먹튀' 사고에 시달리거나 수당 환수에 반발하는 설계사들이 제기한 송사에 휘말리고 있다.
  
◇ "수당 돌려달라"..전직 설계사 집단소송

미래에셋생명의 전직 설계사 135명은 회사를 상대로 오는 27일 환수해간 수당을 돌려달라는 부당이익 반환청구와 수당을 반납할 의무가 없다는 내용의 채무부존재 소송을 낼 예정이다. 1인당 소송액은 약 350만 원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최근 퇴사한 설계사들에게 해약.실효된 계약에 대해 미리 지급한 수당 중 일부를 반납하라고 통보하고 있다. 계약 유지를 전제로 전체 수당의 55%를 미리 줬는데 계약이 정상적으로 유지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충무 조재현 변호사는 "원고들이 계약서에 사인한 것은 사실이지만 수당 환수와 관련한 내용을 회사에서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어 "수당 환수 관련 규정이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고 별첨 운영지침에만 나와있는데 이 자료가 대외비로 돼 있기 때문에 실제 본 적이 없고 퇴사 때 환수한다는 원칙적인 얘기만 들었다는 것이 원고들의 주장"이라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퇴사한 이후 유지되는 계약의 경우 잔여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유지 안 되는 계약에 대해서는 환수하는 것은 부당한 점이 있다"면서 "회사가 환수금액을 통지하면서 잔여수당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등을 포함한 세부 내역을 설명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계약 내용에 따라 정당하게 처리했고 업계 관행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서 "수당과 환수 관련 규정은 설계사 보험영업 지침에 상세히 담겨있고 각 지점에 비치해 언제든 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 생보업계 과당경쟁 후유증

보험업계의 선지급 수당은 미래에셋생명만의 문제가 아니다. 동양생명 출신 설계사들도 법무법인 충무를 통해 6월 초께 집단소송을 내려고 준비하고 있다.

2000년대 초 외국계 생보사들이 처음 도입한 선지급 수당은 몇 년에 걸쳐 계약이 유지되는데 맞춰 지급하던 수당을 초기에 50∼60%를 일시에 주고 나서 이후 계약이 해지되거나 문제가 생기면 환수하는 방식이다.

환수 과정에 갈등이 불거질 소지가 많지만 당장 영업인력을 끌어들일 때 쓰기 좋은 '달콤한' 카드이기 때문에 지금은 상당수 회사가 채택하고 있다.

생보사들이 2008 회계연도 상반기(4~9월)에 선지급한 수당은 1조7천632억 원으로 전체 지급수당의 35.2%를 차지하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설계사들이 계약을 부실하게 체결한 뒤 선지급 수당만 받고 다른 회사로 옮겨버리는 '먹튀'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경찰은 친인척 등의 명의를 빌려 허위로 265건의 보험을 유치하고 모집 수당 6억2천여만 원을 챙긴 혐의(사기)로 모 생보사의 설계사 3명을 구속하기도 했다.

보험연구원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설계사들이 품질보증제도를 악용해서 수당을 챙길 가능성이 대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품질보증제도는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한 것으로 계약자가 이의를 제기하고 일정 절차를 거치면 이미 낸 보험료를 돌려받도록 하는 것이다.

연구원은 "설계사가 수당을 받고 나면 계약자는 품질보증제도를 이용해 계약을 파기해서 보험료를 돌려받고 그 사이 설계사는 이직해 선지급 수당 환수조치에 응하지 않는 사례가 있다"며 "사전모의하면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2월 생보사들에 과도한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과당경쟁을 벌이지 말라고 지도했다.
  
◇ 수당 선지급, 손보업계로 확산

이처럼 수당을 선지급하는 영업방식은 대형 법인대리점(GA)의 비중이 커지면서 손해보험업계로 확산하고 있다.

손보업계 2∼4위사인 현대해상, LIG손해보험, 동부화재, 메리츠화재의 장기 신계약 보험에서 GA 계약 비중은 최근 20∼30%까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손보사로서는 GA가 유치한 계약에 대해서는 수수료(수당)를 일시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초기 비용 부담이 큰 실정이다.

금감원은 최근 GA들에 대해 보험 계약을 제대로 관리하는지, 과도하게 수당 선지급을 요구하는지 등을 검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강영구 부원장보는 "GA가 선지급 수당을 받기 위해 무리하게 계약을 유치한 뒤 사후관리를 안 하는 불완전판매가 문제"라며 "일부에서는 보험사가 수당을 환수하려고 하면 폐업하고 사라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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