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인터넷뉴스팀] "서민들 거지 만들겠다는 것이죠!"
유통 대기업들이 대형마트뿐 아니라 기업형 슈퍼마켓(SSM:Super Supermarket)을 내세워 동네 골목 상권까지 장악하고 나서자 중소상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영국계 유통기업 테스코가 공동 설립한 삼성테스코가 서울 송파구 송파1동에 소형 매장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오픈한다는 말이 전해지자 인근 상인들은 27일 예정지 앞에 모여 농성을 벌이고 있다.
입점 예정지에서 50여m 떨어진 곳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용민(62) 씨는 "SSM이 들어오면 우리는 그날로 문을 닫아야 한다"며 "작년 10월 입점 소식을 들은 뒤로는 밤에 잠을 자다가도 몇 번씩 놀라 벌떡 일어나곤 한다"며 불안해했다.
10년 전부터 파킨슨씨병을 앓는 김씨는 "아직 대학생인 아들과 대입을 준비하는 아들이 있어 어떻게 학비를 조달할지 걱정"이라며 "가게를 그만두게 되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 큰 일 났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권혁동 SSM저지송파대책위원회 총무는 "대기업이 이런 골목 시장까지 들어오면 서민들이 설 자리가 없다"면서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상인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입점을 끝까지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서는 지난해 8월부터 SSM 진출에 관해 사업조정제도를 적용해 조정에 나섰지만, 이후에도 SSM 개점은 계속되고 있다.
2005년 267개를 기록한 SSM은 2006년에는 292개, 2007년엔 354개, 2008년 477개, 2009년 695개, 그리고 올해 6월 말 현재 793개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엔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 형태로 골목 진출을 노리고 있다.
송파1동의 경우도 사업조정제도를 통해 당사자 간 합의점을 찾아보려 해봤지만 결국 서로 견해차만 확인한 채 결렬돼, 가맹점 형태로 입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회에서 SSM법(유통산업발전 및 대.중소기업 상생법)이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본회의에 계류 중인 상태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전통상업보존구역 반경 500m 내에서 SSM의 등록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상생법은 가맹점형 SSM을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인들은 법안이 통과되면 가맹점형 SSM도 입점이 어려워지니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기 전까진 어떻게든 입점을 막아보겠다며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반면 가맹점 측은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전 내부 공사를 마치고 입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배재홍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사무국장은 "이제 지방 상권이 대형마트로 타격을 받고 있고 수도권 골목 상권도 SSM으로 인해 생사의 갈림길에 선 형국"이라고 말했다.
김동선 중소기업청장은 "유통 대기업의 무분별한 출점을 저지하는 법적 기초가 국회에서 마련되고 있다"면서 "중소상인들도 실질적으로 대형마트와 경쟁해 영업할 수 있는 자생력을 키우는 노력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