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직원들이 저보고 어떤 맛이라고 생각하는 그 자체가 이젠 무섭습니다."
최근 한나라당을 강타한 성희롱 파문이 재계로 옮겨 붙고 있다.
최홍성 ㈜조선호텔 대표이사가 성희롱 의혹에 휘말렸다. 최 대표가 자신에게 "그× 참 맛있게 생겼다"고 말했다는 피해여성의 주장이 발단이 됐다. 이 여성은 현장실습을 나온 대학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나 추가적 성희롱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최 대표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조선호텔 노동조합은 지난 5개월여간 최 대표의 사퇴를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사람을 맛으로 표현 하십니까?"
조선호텔 노조 홈페이지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성희롱 구설에 오른 최 대표의 퇴진을 촉구하는 글들을 비롯 최 대표의 성희롱 사례가 노조원들의 손 끝에서 실시간으로 게재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최 대표는 지난 1월 호텔주방에 실습 나온 한 여대생에게 "그× 참 맛있게 생겼다"고 말했다. 피해자로 추정되는 한 직원(ID : 공채)이 노조 홈페이지에 올린 글 일부다.
"대표님 너무 하시네요. 큰 꿈을 가지고 조선 호텔이란 곳에 입사 했습니다…(중략)…조선호텔 대표라고 생각 하시면 언행에 책임 지시고 물러 나 주십시오. 직원들이 저보고 어떤 맛이라고 생각하는 그 자체가 이젠 무섭습니다. 사람을 맛으로 표현 하십니까? 이런 직장 생활이 너무 무섭습니다."
이후 노조는 피해 당사자와 사건현장에 있었던 직원들의 증언을 토대로 최 대표를 강하게 압박했다.
상황은 점차 악화됐고, 결국 조선호텔의 운영권을 쥐고 있는 신세계그룹이 직접 나서 진상규명에 착수했다. 하지만 그룹산하 윤리사무국은 최 대표에 대해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다.
노조를 중심으로 한 조선호텔 직원들 사이에서는 강한 불만기류가 피어났다. 7월 현재까지 노조가 최 대표의 퇴진요구 시위를 멈추지 않고 있는 핵심 이유다.
급기야 여직원들을 중심으로 최대표의 성희롱 사례들이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 앞다퉈 게재되기도 했다. "이런 운동을 하면 xx이 커지냐", "이×, 사복 입으니까 섹시하게 생겼네" 등이 대표적이다.
압권은 최 대표의 '건배사'였다.
'글쟁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조선호텔 직원은 23일 "최 대표가 '나는 성희롱을 하지 않았다'고 우기기엔 증거, 증인, 사례들이 너무나도 많다"며 "'x지도말고 x체하지도말고 털어버리라'에서 앞 글자만 딴 (최 대표의) 모욕적 건배사는 다들(직원들 모두)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 "사실과 달라… 달리 할 말이 없다"
노조 측은 그룹 윤리사무국에 진상요청 서한을 재 접수 시켰으며, 이에 대한 그룹차원의 감사결과가 조만간 발표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호텔 측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이곳 관계자는 "최 대표가 성희롱을 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이 외에 달리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필요에 따라 법적대응(허위사실 유포)에 나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결정적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정황증거'를 사이에 둔 노조측과 사측의 힘겨루기는 정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피해여성이 증빙자료를 만들어 정식으로 성희롱 고소장을 제출하는 경우 여성입장에서 자신의 치부를 드러낸 진술이기 때문에 일정부분 (성희롱 피해를) 인정한다"며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에 대한 성희롱 제보가 잇따르는 경우 이는 (성희롱 피해를 인정하는 수준은) 당연히 높아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