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기석이 평소 복싱연습을 하던 부산 북구 구포2동 부산거북체육관에서 만난 동료들은 "평소 인사 잘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는 친구였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상상이 안된다."라며 안타까워했다.
배기석과 2년째 운동을 함께 했다는 한 동료(39)는 "배기석은 프로였지만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먼저 인사하는 겸손한 선수였고 체육관에서 현재 랭킹도 제일 좋았는데 어려운 형편때문에 훈련에 전념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할머니와 대학생인 남동생을 부양하며 낮엔 공장에서 선반기계공으로 일하며 생활비와 동생의 학비를 벌었고 주로 저녁시간에 운동을 하는 '생계형 헝그리 복서'였다는 것.
이런 사정때문인지 지난해 4월 경기도 파주에서 열린 한국 플라이급 타이틀전에 이어 그해 10월 일본 원정경기와 지난 7월17일 한국 슈퍼플라이급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연이어 패하는 등 슬럼프에 빠진 상황이었다.
배기석은 그러나 이번 한국 슈퍼플라이급 챔피언 결정전을 슬럼프 탈출의 기회로 여기고 더욱 연습에 열의를 보였는데 불의의 사고로 한국 복싱계의 호프를 잃었다며 동료들은 애석해 했다.
배기석과 스파링(연습경기) 상대이면서 거북체육관 임정근 관장의 아들인 임진욱(20)씨는 "뉴스를 보고 형의 소식을 알았는데 정말 믿기지 않았다."라며 "경기를 앞두고 이번엔 무조건 이긴다는 각오로 열심히 했는데 무척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동료는 "배 선수처럼 취미가 아닌 복싱을 전문적으로 하는 선수는 이제 몇명 없다."라며 "유일한 세계 챔피언이었던 김지훈이 미국 무대에서 뛰기 위해 챔피언 벨트를 반납한 것은 복싱으로 먹고 살기 힘든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프로 복싱경기에서는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보험가입을 의무화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2003년 5월 프로에 데뷔한 정통파 스타일인 배기석은 7승(4KO)1무7패를 기록 중이었고 프로복싱계에서 경기 후 선수가 사망한 것은 2008년 1월 최요삼 선수에 이어 2년 6개월 만이다.
한국권투위원회(KBC)는 배 선수 사망과 관련, 모금운동 등 대책을 논의중인 가운데 유족은 배 선수의 시신을 고향인 부산 영락공원으로 옮겨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임정근 관장은 "최요삼 선수에 이어 기석이까지 경기 중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무척 안타깝다."라며 "무게가 적은 글러브로 바꿔 충격이 누적되지 않게 하는 한편 선수들이 버팅(머리를 받는 행위)을 자제하고 페어플레이를 해야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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