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곳이라 해도 고객을 기만하는 행위는 하지 않았으면……"
홈플러스의 얄팍한 영업상술이 덜미를 잡혔다.
동일한 제품을 판매하면서도, 제품진열대를 분리해 가격을 달리 책정한 '꼼수'가 소비자들의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홈플러스 측은 '단순실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나, 피해 소비자들에 대한 구제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논란을 키우고 있다.
◆ "같은 제품임에도 2m 거리 두고 가격 달라"
제보에 따르면 소비자 ㄱ씨는 최근 아내와 영화도 감상하고 장도 볼 겸 주거지 인근에 위치한 홈플러스 상암점에 들렀다.
외식비를 줄인다는 차원에서 스파게티를 직접 만들어 먹기로 한 이들 부부는 적당한 가격의 스파게티 소스 제품 'A'를 진열대에서 집었다.
발길을 돌리고 약 2m정도 이동했을 무렵, ㄱ씨는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앞서 구입한 'A' 제품이 또 다른 진열대에 놓여 판매되고 있었으나 가격에 차이가 있었다.
ㄱ씨가 직전에 고른 'A' 제품의 가격은 3100원. 다른 진열대에 놓인 'A' 제품은 2580원에 버젓이판매 되고 있었다. ㄱ씨는 용량차이로 인한 가격차를 의심했지만, 아니었다.
이와 유사한 문제는 또 있었다.
ㄱ씨는 아이에게 먹일 치즈를 골랐다. 치즈를 '덤'으로 주는 행사제품을 사고 싶었지만 아이에게 좋은 먹거리를 주고 싶다는 생각에 '덤'이 없는 조금 비싼 B제품을 선택했다.
ㄱ씨가 황당함을 느끼기 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유제품 코너 주변의 한 진열대에서 B제품에 덤이 붙은 채로 판매되고 있었던 탓이다. ㄱ씨는 이 제품을 얼른 집으면서도 홈플러스가 같은 상품을 왜 이런 식으로 판매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치즈코너로 돌아와 두 제품의 가격을 비교한 A씨는 허탈한 웃음이 절로 나왔다. 덤이 있는 제품의 가격이 높았던 것이다.
ㄱ씨는 "홈플러스의 얄팍한 상술에 지나지 않는다"며 "아무리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곳이라 해도 고객을 기만하는 이런 행위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홈플러스 측은 고개를 숙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가격표를 부착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며 "명백한 우리 쪽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일 개별제품에 대한 가격표 점검을 하는데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놓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변화된 제품가가 기입된 표지를 기존 가격 표지와 교체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소비자가 같은 제품 2가지 중 상대적으로 비싼 제품을 구매했을 수 있다"며 "(홈플러스의) 가격고지 미숙이 발생시킨 문제이므로 불만을 제기하는 소비자들에 대해서는 환불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 피해 개연성을 인정한 '보상책'을 제시한 셈이나, 발언곳곳에서 드러난 허점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반발을 키우고 있다.
◆ 홈플러스에 대한 불신기류 '증폭'
통상 대형마트에서 보이는 대다수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은 소량구매가 아닌 '다량구매'다. 영수증에 표기되는 품목이 최소 십여 가지 이상에 달한다는 말이다.
진열대에 표기된 각각의 제품가격을 기억해 둔 뒤 대형마트 측이 발행한 구매 영수증과 일일이 대조, 가격차를 짚어내는 소비자는 드물다.
더욱이 그로부터 상당시간이 흐른 뒤라면 이 작업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가격고지 미숙'과 그에 따른 보상책을 홈플러스 측이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이른바 '선제대응'이 없는 이상, 이번 사건은 유야무야 그대로 땅속에 묻힐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은 즉답을 피했다.
"상암점 매장 입구에서 유인물을 배포하거나, 홈플러스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실수를 고지해 피해 소비자를 가려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관계자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후 그는 "(앞서 언급한 홈플러스의 고지를) 검토해 볼 수는 있다"는 짤막한 말로 입장표명을 대신했다. 고객들의 피해를 줄이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홈플러스에 대한 불신기류가 흐르고 있다.
한 소비자는 "신뢰가 깨지면 소비자는 두 번 다시 홈플러스를 찾지 않을 것"이라며 "투명한 가격으로 믿고 신뢰할 수 있는 대형마트로 거듭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홈플러스가 소비자들의 지갑을 털지 못해 안달이 난 모양"이라며 "소비자들의 돈을 강탈한 뒤 '배째라'고 나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