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재질로 만든 차라 녹이 잘 슨다"(?)
기아자동차가 야심 차게 선보인 중대형세단 'K7'에 '심각한 수준의 부식'이 발생된 사진이 온라인상에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게다가 부식이 발생된 위치에서 차량 내부에 쓰이는 성분 미상의 '액체'까지 흐른 것으로 전해져 '리콜'로 이어지는 '중대결함' 의혹마저 일고 있다.
세계 자동차업계에 '리콜' 광풍이 불어닥치고 있는 시점임을 감안했을 때 기아차의 품질 신뢰도는 물론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차 측은 원인 분석 및 진위여부 파악에 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 "5년 간은 문제 없으니 그냥 타라" 황당 답변
소비자 A씨는 최근 15년간 몰던 자신의 차량을 'K7'으로 교체했다. A씨가 장거리를 운행하지 않을뿐더러 회사도 지하철로 출퇴근 하기 때문에 주말을 제외하고는 새로 구입한 차량을 탈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러던 중 A씨는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관리자로부터 "운전석 아래 쪽에서 물인지 기름인지가 흘러 나온다"는 말을 듣고 곧장 인근 자동차 정비소로 향했다.
A씨는 경악했다. 주행거리가 불과 500km밖에 되지 않는, 새 차나 다름 없는 차량의 하체 주요부위 곳곳이 붉게 녹슬어 있었던 탓이다.
이에 대해 기아차 A/S 센터 측은 "(차량 하체를) 너무 좋은 재질로 만들어서 그렇다"며 "앞으로 5년 간은 아무 문제 없으니 그냥 타라"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좋은 재질이 무엇이냐"는 A씨의 물음에 센터 측은 "내부는 코팅으로 부식되지 않지만 외부는 '청화작용'이 되도록 만든 것"이라며 "차량 하자가 아니기 때문에 수리나 교환은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으로 A씨는 밝혔다.
업계의 견해는 달랐다.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청화작용' 발언 자체가 말이 안 될 뿐더러 이를 들어본 바도 없다"며 "만약 그렇다면 다른 (신형) 차종에서도 유사한 증상이 발생돼야 하는데 그런 사례는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 "'청화작용', '적녹현상' 발언 자체가 말이 안돼"
특히 그는 "겉으로 나타나는 부식 현상은 내부로 침투하게 된다"며 "보호막이나 다름 없는 부품외부에 녹이 스는데 내부가 녹이 슬지 않고 멀쩡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제품 자체결함으로 못 박은 셈이다.
A씨 소식을 접한 기아차 측에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녹이 슬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며 "'적녹현상'으로 보이는데, 이는 내부부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또 다른 견해를 내놨다.
그는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이에 대해 "녹은 원래 붉은색으로 스는 것이 아니냐"며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기아차에 대한 반발 분위기가 거세다.
한 소비자는 "미국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당장이라도 '리콜'을 하지 않았겠느냐"며 "국내 소비자들이 이번에도 업체 측의 '봉'이 될지 궁금하다"고 비꼬았다.
또 다른 소비자는 "추가적인 피해사례를 막기 위해서라도 기아차는 서둘러 '리콜'을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향후 있을 기아차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에 업계는 물론 소비자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5년여 간의 연구기간 동안 4500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된 'K7'은 출고 첫 달인 지난해12월 5600여대, 지난 1월 4100여대 가량의 판매고를 각각 올릴 만큼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