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출시된 LG전자 보더리스 LED TV(모델명:SL90) 일부 제품에서 빛샘현상, 고주파음 발생 등의 하자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 측은 제품하자 개연성을 인정하면서도,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동종제품 문제점을 들추는 행태를 보여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 LED TV, 빛 좋은 개살구?
지난해 10월, 300만원 정도의 비용을 들여 LG전자의 '보더리스 LED TV'를 구입한 김모씨는 최근 해당 제품의 하자 증상으로 인해 울상을 짓고 있다.
정상적인 TV시청이 불가능할 정도의 '빛샘현상' (화면의 가장자리에서 하얀 빛이 새나와 화질 저하로 이어짐)이 발견된 탓이다.
백라이트유닛(BLU)으로 사용되는 LED를 화면 가장자리에 두른 엣지(Edge)형 방식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김씨는 추측했다.
김씨의 TV를 살펴본 LG전자 서비스센터 관계자 A씨는 "이 제품은 LED BLU 방식이라 (빛샘현상은) 어쩔 수 없다"며 "이 정도(하자)는 매우 양호한 수준"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이상증상은 또 있었다.
제품 뒤쪽에서 귀에 거슬리는 수준의 고주파음이 발생하고 있었던 것. 주위가 조용한 심야시간에는 음량을 평소보다 높여야 정상적인 TV시청이 가능했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이에 대한 문제해결 방식은 김씨의 실소를 자아냈다.
TV패널 후면에 고무판 같은 장치를 덧대는 '처방'을 A씨가 제시한 까닭이다. 김씨는 고주파음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김씨는 "중소기업에서 만든 저가형 TV도 이 정도의 빛샘현상과 고주파음이 발생하면 '제품 교환' 제안을 할 것"이라며 "LG전자에 대한 몇 차례 항의 끝에 겨우 제품 교환은 받을 수 있었지만 300만 원짜리 고급전자제품이 이렇게 사람을 괴롭힐 줄 몰랐다"며 분개했다.
보더리스 LED TV의 결함을 주장하는 소비자는 비단 김씨 뿐만이 아니다.
온라인에 개설된 LG전자 LED TV사용자 모임을 비롯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 등을 통해 이와 유사한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다.
LG전자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동시에 삼성전자 제품에도 문제가 있다는 뜻밖의 정보(?)도 흘렸다.
◆ "삼성 TV에 더 많이 발생하는 문제"
LG전자 관계자는 "김씨의 제품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한 고객이 불만을 제기하고 제품을 교환 받았다고 해서 모든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빛샘현상, 고주파음과 관련한 소비자 불만을 처음 접해본다"며 "여러 소비자가 불만을 제기했다면 그 자료들을 모아서 보내달라"고 기자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제품 하자실태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음은 물론, '사후대응'에 무게를 실은 발언으로 읽힌다.
日 도요타 자동차가 자사 제품하자에 대한 선제적 소비자 대응을 게을리하다 창사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한 최근 상황과 중첩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된다는 얘기다.
특히 그는 "빛샘현상은 삼성 파브TV에서 많이 일어나는 현상"이라며 "그에 따른 고객불만도 우리 쪽 보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을 놓고, 자사 제품의 단점을 가리기 위해 타사 제품의 문제점을 물고 늘어진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고 있다.
한 소비자는 "언론을 통해 타사 제품을 비하하지 않는 것은 산업계의 '불문율'"이라며 "(LG전자 관계자의 삼성전자 발언이) 사실이라고 해도 LG전자 제품하자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제품성능을 개선하는데 힘써야지 경쟁사를 비방하는데 힘써서야 되겠냐"라며 "개별 소비자가 제기하는 사소한 문제에 LG전자가 귀를 기울이는 것 만이 도요타 사태와 같은 불상사를 막는 근본적인 처방이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