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외치더니" NH투자증권 해외 실적 '참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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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외치더니" NH투자증권 해외 실적 '참담'
  • 우선미 기자 wihtsm@naver.com
  • 기사출고 2017년 02월 02일 0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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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증권사 IB 꿈 깼나…해외법인 철수 러시
   
 

[컨슈머타임스 우선미 기자]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 19세기 초부터 너 나 할 것 없이 아메리칸 드림을 외치며 미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신대륙을 꿈꾼 것은 비단 이들만이 아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국내 브로커리지 수익이 급감하자 국내 증권사들도 위기 탈출의 활로로 투자은행(IB)을 외치며 금융 허브(Hub)로 진출했다.

특히 합병으로 몸집을 부풀린 미래에셋대우(자기자본 6조7000억원), NH투자증권(4조5000억원), KB증권(3조8000억원)은 한 목소리로 해외 진출의 꿈을 이야기 했다. 하지만 3대 증권사의 해외법인 실적을 들여다보면 그 결과는 참담하다.

◆ NH투자증권, 해외법인 포괄손실 '눈덩이'…철수 러시

지난달 2일 김원규 NH투자증권 대표이사는 신년사를 통해 IB와 구조화 역량을 바탕으로 자기자본을 활용한 비즈니스를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IB는 기업공개(IPO), 증자, 회사채 발행, 구조화금융, 인수·합병(M&A) 등을 주간하고 자문하는 업무를 말한다.

하지만 자기자본 기준 2위인 NH투자증권의 해외법인 실적은 참담하다. NH투자증권은 해외 IB의 거점으로 미국,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등 6곳에 법인(은행, 부동산 중개업 등 제외)과 싱가포르·런던 등 2곳에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NH투자증권의 자회사 중 가장 큰 자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홍콩(2834억100만원)의 지난해 3분기 순이익은 68억3400만원으로 전분기(4300만원) 대비 67억9100만원 늘었다. 하지만 포괄손익은 2분기 161억6800만원 흑자에서 3분기 105억3600만원 적자로 돌아섰다. 3개월 만에 267억원의 손실을 본 것이다.

같은 기간 싱가포르의 경우 지난해 2분기 5억4900만원 흑자에서 3분기 2억8200만원 적자로, 베트남도 같은 기간 9600만원 이익에서 1억300만원 손실로 돌아섰다.

중국은 지난해 2분기 8억9000만원 적자에서 3분기 10억700만원 적자로, 미국은 4억1900만원 적자에서 3억7800만원 적자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 중이다. 인도네시아 법인만 전분기 대비 8200만원(2억2100만원→3억1600만원) 이익을 봤다.

싱가포르 법인(Woori Investment Asia Pte, Ltd.) 중 하나가 국내에서는 폐쇄신고가 완료됐고 현지에서 청산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 싱가포르 법인은 지난해 2분기 3억 5500만원의 손실을 기록한 후 영업을 정지해 3분기 기준 30억3700만원 포괄손실을 유지하고 있다. 현지법인 청산절차는 약 2년이 지나야 완료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15년 NH투자증권은 해외점포 정비 작업으로 런던 법인을 철수해 사무소로 전환한 바 있다. 앞서 우리투자증권 시절인 2014년 상반기 우리나라와 중국 인수합병 크로스 보더 딜(M&A Cross Border deal)에 거래량을 치중해 수익률이 급감하자 인도네시아와 중국 사무소 문을 닫았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IB부문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쓰고 있다. 홍콩과 인도네시아 법인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데 홍콩은 지난해 3분기 68억원 당기순이익이 났고 인도네시아는 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홍콩은 아웃바운드 서비스를 진행 중인데 예전에는 외국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주식을 중개해 줬지만 그 전략을 바꿔서 국내 국방부 직할부대 및 기관투자가들에게 해외에 있는 물건을 중개한다"고 설명했다.

   
 

◆ 현대증권·미래에셋대우, 선진국에선 '맥 못 춰'

KB증권(구 현대증권)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 회사는 뉴욕, 홍콩에 각각 1개, 싱가포르에 2개의 현지법인을 운영 중이다. 현지사무소는 상하이에 1개소가 있다.

KB증권은 현대증권 시절인 지난해 3분기 기준 미국법인만 지난해 3분기 10억5018만원의 순이익으로 전 분기 7억7698만원 손실 대비 18억2716억원을 더 벌었다.

하지만 홍콩과 싱가포르에 세운 첫번째 법인은 각각 3분기에 전 분기 대비 16억6655억원, 6억5647억원의 적자를 늘렸다. 싱가포르두 번째 법인은 2분기 16억4371만원 적자에서 3분기 12억6377억원 적자를 유지했다.

KB증권은 현대증권 시절인 2013년부터 런던법인(Hyundai Scurities Europe Ltd.)의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서류상 법인이기에 영업 실적은 전무하다.

KB증권 관계자는 "런던은 현지법인의 영업력보다는 현지 환경, 글로벌 환경이 중요해 영업이 잘 되지 않아 청산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1월 통합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9개국에 11개 해외법인, 2개 투자자문사, 3개 현지사무소를 운용 중이다.

기존 KDB대우증권의 9개 현지법인, 1개 투자자문사, 2개 사무소와 미래에셋증권의 5개 해외법인(4개 홍콩 해외법인으로 실적 연결), 1개 투자자문사, 2개 해외사무소를 합쳐 대규모 구조조정을 한 것이다.

미래에셋대우의 해외법인은 미국, 영국, 홍콩, 싱가포르 등 금융 선진국에서 하나같이 부실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홍콩에는 총 3개의 법인이 있는데 기존 대우증권의 Mirae Asset Investment Asia Limited만 지난해 2분기에서 3분기까지 31억5400만원 수익이 늘었고 나머지 두 곳은 각각 61억4800만원, 1억8700만원의 손실을 봤다.

미국의 두 개 법인도 1분기 만에 각각 49억6300만원, 4억4900만원 적자를 냈다. 영국법인(Mirae Asset Securities(UK) Ltd.)은 청산절차가 진행 중이라 지난해부터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수익은 8100만원에서 4300만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반면 이머징마켓에 위치한 법인의 실적은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다. 베트남과 브라질은 지난해 3분기 전 분기 대비 각각 8억4000만원, 50억3100만원 순이익이 늘었다. 인도네시아는 23억4300억, 몽골은 1억8800만원 이익이 증가했다.

◆ 해외법인 무늬만 IB…'구조조정'으로 적자 돌려막기?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들 증권사가 해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IB 경쟁력 약화 △부실한 해외 네트워크 △현지 시장 전문가의 부재 △낮은 브랜드 파워 등으로 진정한 의미의 현지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준비 부족이 원인으로 적자 기록, 인력 감축 및 규모 축소 수순을 밟고 있는 셈이다.

IB에는 자본력과 현지 시장 상황에 능통한 전문가가 필요하지만, 해외점포 근무자들은 3년 파견직이 대부분이어서 유수 증권사와 경쟁이 되지 않는다. 해외점포 근무는 '잠깐 머무르는, 특전'으로 인식되고 있는 듯하다.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의 일부 해외법인이 소폭 흑자를 냈지만 증권사가 해외 영업을 잘해서 일궈낸 결과가 아니다"라며 "증권사가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서 해외법인·사무소의 규모 축소, 인력 감축을 단행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협회의 국내 증권사 해외지점 현황을 보면 2011년 3분기 89개였던 증권사 해외지점은 2012년 85개, 2013년 81개, 2014년 68개, 2015년 3분기 66개로 감소세를 보였다. 최근 5년 새 국내 증권사가 정보수집이나 지점·현지법인 설립 등을 위해 설치했던 해외사무소는 4개 중 1개꼴로 정리했다.

전문가들은 업계 불황이 지속되는 한 해외 시장에 진출한 증권사들의 법인 축소 및 조직 개편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모 해외 컨설팅 그룹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가 '무늬만 해외 진출'을 하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해외 증권업무인 IB는 글로벌 IB 회사에 자본력, 현지 네트워크와 브랜드 인지도 등에 밀리고 있다. 이대로 라면 해외점포 수익은 줄어들고 구조조정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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