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지난해 하반기 실시한 '로스타임 보상제'(이하 타임보상)가 뒤늦게 논란을 낳고 있다.
'타임보상'은 신차 계약 뒤 45일 이상 인도를 받지 못한 소비자에게 위로금조로 10만원을 지원해주는 기아차의 '한시적' 정책이다.
이 범주에 속하는 소비자에게 기아차 측이 일방적으로 해당금액 지급을 거부했다는 것이 파열음의 골자다. 기아차 측은 판매영업소 오판에서 비롯됐다며 한발 물러섰다.
◆ "기아차 같은 대기업에서 할 수 있는 행동 아냐"
김모씨는 지난해 11월 9일, 기아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쏘렌토R'을 수도권의 한 영업소를 통해 계약했다.
김씨는 차량인도 예정일을 영업소에 문의했다. 영업소는 '45일 이상 차량 인도가 지연되는 경우 10만원이 지원되는 프로그램(타임보상)이 있다'며 김씨를 안심시켰다.
인도일정이 다소 미뤄지더라도 현금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김씨는 이익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 일단 기다려 보기로 했다.
김씨가 차량을 인도받은 시점은 계약일로부터 45일을 훌쩍 넘긴 12월 말. 이에 김씨는 지원금 10만원을 기아차 측에 요구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뜻 밖이었다. 11월 부터 '타임보상'이 끝났다며 김씨의 요구를 묵살한 것이다.
지원금이 지급되는 조건으로 계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이를 뒤집은 기아차 측에 행태에 김씨는 분개했다.
김씨는 "소비자를 우롱하는 업체 측의 행위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기아차 같은 대기업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은 아닌 것 같다"고 비꼬았다.
이에 대해 기아차 측은 영업소 '오판'에 방점을 찍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타임보상'은 작년 9, 10월 2달간만 실시했던 정책으로 이 기간 동안 이뤄진 신차계약을 대상으로 한다"며 "파업 등의 영향으로 인해 차량출고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어, 혹시 있을지 모르는 계약자들의 불만에 사전 보답하기 위한 차원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씨의 계약일은 11월이므로 이 제도 수혜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영업소가 김씨에게 (타임보상에 대한) 내용을 잘못 전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 "돈 지급하는 것으로 문제 일단락"
다만 그는 "최초 계약이 잘못 됐다는 것은 우리 쪽에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만큼 김씨에게는 10만원을 지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김씨 사례와 같은 소비자들의 불만이 실제 영업소 등에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며 "대부분 이 금액을 지급하는 것으로 문제를 일단락 짓고 있다"고 부연했다.
기아차 측의 해명에도 의혹의 시선은 꼬리를 물고 있다. 타임보상을 미끼로 계약자들을 유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소비자는 "기아차가 11월 한달간 차량을 한두대 판매한 것이 아닐 텐데, 김씨와 같은 피해자가 적지 않을 것 같다"며 "판매실적을 우선 올리고 보자는 영업소의 '의도된 오판'이 있었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소비자들의 신뢰는 작은 것을 통해 잃을 수도, 얻을 수도 있다"며 "피해자 파악에 (기아차가)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편 기아차 노사는 최근 8개월째 계속돼오던 2009년 임금협상의 24차 본교섭을 갖고 기본급 동결, 300%의 성과급과 타결일시금(격려금) 500만원 지급 안에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