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요구를 묵살한 채 보험내용을 임의로 변경,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가입자에게 떠넘겼던 것으로 제보에 의해 뒤늦게 드러났다.
삼성화재 측은 진위여부 파악 및 논리적 설명에 힘쓰기는커녕 '자체적으로 해결된 사건'임을 부각시키는 데에만 열을 올렸다. 게다가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 '소비자과실론'을 펼치다 거듭된 기자의 질문에 서면으로 답하겠다며 연락을 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납득할 수 없는 보험가입 대상 변경
대학생 박모씨는 최근 어머니 이모씨 소유의 차량 2대(A, B) 중 한대를 몰고자 이씨가 가입된 삼성화재 자동차보험에 단기보험상품가입(특약변경)을 신청했다.
박씨가 가입의사를 밝힌 차량은 A. 박씨는 계약이 성사된 것을 확인한 뒤 해당차량을 몰고 도로로 나갔다.
그런데 수도권지역 폭설에 따른 미끄러운 도로사정으로 인해 가드레일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다. 앞범퍼와 뒷범퍼 교체는 물론 차량 곳곳을 수리해야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수리비가 상당할 것이라는 추측에 박씨는 보험처리 하기로 마음 먹었다. 자차보험이 포함된 상품에 가입했던 터라 박씨는 안심하고 삼성화재 측에 사고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보험처리는 불가능했다. 엉뚱하게도 A차량이 아닌 B차량에 단기보험이 가입돼 있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당시 보험가입을 담당한 설계사에게 전화를 걸어 이를 확인했다. 이 설계사는 "A차량은 덩치가 큰 짚차고, B차량은 준중형 차량이라 이씨가 B차량을 몰 줄 알고 (박씨의) 단기보험도 B차량에 들었다"는 납득할 수 없는 답변을 내놨다.
고객의 요구를 묵살한 뒤 일방적으로 보험가입대상 차량을 변경한, 전례 없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
박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과거 보험가입여부도 조회했다. '혹시나'는 '역시나'로 바뀌었다. A차량에만 단기보험을 가입해 왔음에도 B차량에 계속적으로 보험이 적용돼 있었던 것이다.
박씨는 "차량소유주가 같다고 이런 식으로 (삼성화재가) 행정을 처리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분개했다.
삼성화재 측은 '원만히 해결된 사건'임을 강조하는 데에만 급급했다. 사고의 명확한 원인이나 재발방지대책 같은 언급은 없었다.
♦ 곤란한 질문에 "서면으로 답하겠다" 연락 '뚝'
이 회사 관계자는 "고객입장에서 보험사를 통한 보상을 못 받는 경우가 문제아니냐"며 "내부적으로 보상처리에 문제가 없도록 조치를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사고원인에 대한 기자의 물음에 "가입자나 설계사 중 누가 잘못을 했는지 제삼자로서 판단이 어렵다"면서도 "우리회사 직원이 일처리를 대충하다가 발생한 사고로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가입자가 의사를 잘못 전달했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읽히나, 같은 사고가 반복됐다는 점에서 그 확률은 높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그는 "(단기) 보험가입을 반복하면서 가입내역을 확인하지 않은 박씨에게도 잘못이 있다"며 "박씨가 보험에 가입할 당시 설계사가 일방적으로 (보험가입대상을 변경) 했을 가능성은 적다"고 분석(?)했다.
자동차 보험의 경우 보험회사 자체를 바꾸지 않는 이상 통상 연 1회 자동 갱신된다. 이때 가입자는 자연스레 보험 가입상태를 인지하게 된다.
필요한 보험상품 가입의사를 업체 측에 전달한 이상 가입자가 구체내역을 재차확인하는 경우, 특히 자동차보험에서는 사실상 드물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단기보험상품은 계약일자 종료시점에 자연스레 소멸되고, 업체 측의 별도통보는 없다.
다시 말해, 단기보험상품 가입자 본인이 가입상세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의 "박씨의 잘못"발언을 쉽게 수긍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이에 대한 기자의 끈질긴 질문에 "서면으로 답하겠다"며 연락을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