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원 국민은행장이 지난달 31일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직을 전격 사퇴함에 따라 KB금융과 금융당국에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KB금융이 불공정 논란이 일었던 차기 회장 선임 방식을 어떻게 바꿀지, 강 행장이 재도전할지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강 행장이 사퇴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은 금융당국이 사외이사제도 개편을 추진하면서 KB금융과 국민은행에 대해 종합검사를 할 예정이어서 그 결과에 따라 이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는 물론 야당 쪽에서도 강 행장의 사퇴와 관련, 관치금융의 부활이라고 비판하고 나서 이번 사태가 정치권으로 번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 차기 회장 공모하나..강 행장 재도전할까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의 회장 선임 작업이 논란 끝에 강 행장의 사퇴로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선출 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조담 KB금융 이사회 의장은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구성과 관련, "회장 선임 절차 및 방법과 이사회 운영 방안에 대한 컨설팅 결과와 개선안이 나온 뒤에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 행장은 사퇴 이유로 ""회장 선임 절차가 불공정하다는 비판 여론 속에서 더 이상 선임 절차에 참여하는 것은 KB금융 주주와 고객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KB금융 안팎에서는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회추위가 직접 회장 후보군을 만들어 내정자를 결정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공모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회추위에 사외이사 이외에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외부인사를 포함시킬 가능성도 있다.
조만간 은행연합회가 발표할 사외이사제도 개편 방안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외이사의 임기는 최초 2년을 보장하되 최장 5년으로 제한하고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사외이사의 권력화와 경영진 유착을 막자는 것으로, 현재 KB금융 사외이사는 최장 9년까지 연임할 수 있다.
그동안 강 행장이 경영진을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들과 손잡고 회장직에 오르려 한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시각이었다. 금융당국이 KB금융 일부 사외이사의 비리 의혹에 주목하고 있어 해당 사외이사의 사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강 행장이 회장직에 다시 도전할지도 관심거리다. 강 행장은 이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명예 회복을 위해 재도전할 것이라는 전망과 금융당국과의 불협화음으로 사퇴한 만큼 회장직을 단념할 것이라는 예상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와 코드가 맞는 인물이 회장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에 `미운털'이 박힌 강 행장이 결국 행장직도 사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경우에 따라 관치금융 논란이 더욱 확산할 수 있다.
◇ 금감원 종합검사..KB금융 문책바람 불까
오는 14일부터 한 달간 예정된 KB금융과 국민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에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16일부터 일주일간 이뤄진 사전검사에 이은 2라운드로 볼 수 있다.
금감원은 사전검사에서 KB금융 사외이사 운영의 문제점과 국민은행의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BC) 투자 손실 등을 포함해 경영 실태 전반을 살펴봤으며 종합검사를 통해 법규 위반 사항이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사전검사 과정에서 일부 사외이사의 비리 의혹이 제기됐으며 금감원이 KB금융과 국민은행 주요 부서장의 컴퓨터(PC)를 압수한 것은 물론 강 행장의 운전기사까지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강도 높은 조사가 강 행장의 사퇴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금감원이 올해부터 4대 시중은행을 지주회사와 연계해 매년 종합검사하기로 한 가운데 KB금융과 국민은행이 금융당국과의 갈등 속에 그 첫 대상에 오름에 따라 검사 강도가 유례없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검사 결과에 따라 강 행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일 강 행장이 중징계를 받으면 경영능력과 평판에 상처를 입는 만큼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KB금융 사태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에 이어 민주당 홍영표 의원도 성명을 통해 "금융당국의 권한 남용과 표적 검사로, 관치금융의 부활"이라고 비판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강 행장의 사퇴는 본인이 스스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고, 금감원의 사전검사와는 무관하다"며 "향후 본검사는 예정대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전검사 때 업무용 노트북에 보관된 자료를 사용자의 동의를 받아 사적인 자료를 제외하고 업무 관련 자료만 별도 저장장치를 통해 제출받았다"며 "또 공용차량 운행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국민은행 준법감시인의 입회.확인 하에 운전기사를 조사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