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오경선 기자] 서해 상에서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고속단정이 중국어선의 '충돌 공격'을 받고 침몰한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해경과 국민안전처가 하루 넘게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 은폐 의혹이 일고 있다.
해양경찰청 해체 이후 해양경비안전본부를 흡수한 국민안전처가 이번 사건 공개를 통제했다는 해경 내부 관계자의 주장도 나온 상황이다.
9일 해경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3시 8분께 인천시 옹진군 소청도 남서방 76㎞ 해상에서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인천해경 3005함 경비정 소속 4.5t급 고속단정 1척을 100t급 중국어선이 고의로 들이받았다.
당시 고속단정에는 조동수(50∙단정장) 경위 혼자 타고 있었으며 해경특수기동대원 8명은 다른 중국어선에 올라 조타실 철문 앞에서 중국선원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중국어선의 충돌 공격으로 조 경위는 고속단정이 침몰하는 순간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다른 고속단정에 구조됐지만, 중국어선에 부딪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후 주변에 있던 다른 중국어선 수십 척이 몰려와 해경의 다른 고속단정까지 위협했다. 해경은 사고 방지를 위해 중국어선에 승선해 있던 대원 8명을 3005함으로 철수했다. 그 사이 중국어선들은 중국해역 쪽으로 배를 몰고 돌아갔다.
해경은 사건이 발생한 지난 7일 언론에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통상 해경이 중국어선 1척을 나포하면 당일 곧바로 보도자료를 배포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태도였다.
해경은 사건 다음 날인 지난 8일 오후 10시 20분경 언론에 당시 상황을 알렸다. 사건 발생 31시간 만이었다.
이미 같은 날 오후 4시 30분께 한 언론사가 서해 상에서 고속단정이 침몰한 사실을 보도한 지 6시간 뒤였다.
국민안전처도 해경이 보도자료를 배포하자 20분 뒤 비슷한 내용의 자료를 기자단에 배포했다.
인천해양경비안전서 관계자는 "사건 발생 당일 보도자료를 만들어뒀는데 내부 사정으로 배포하지 못했다"며 "다음날 한 언론사 보도 이후에도 보고와 자료 수정 과정에서 언론에 알리는 시점이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경 내부에서는 국민안전처 윗선과 정부 당국 고위층이 이번 사건이 알려지는 것을 통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