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김종효 기자] 이승환의 장시간 공연, '빠데이'는 분명 부담스런 공연이다. 관객들이야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오래 듣는 것이 행복할 따름이지만 장시간의 공연은 가수에게 긴장을 유발한다.
일반적인 가수들의 공연은 앵콜 포함 러닝 타임 2시간 전후로 이뤄진다. 이승환에겐 앵콜을 뺀 공연 시간에도 못 미친다. 그만큼 이승환은 장시간 공연 동안 지치지 않는 체력과 성대로 관객을 압도하는 '무적 공연'의 대명사가 됐다.
어떤 가수는 "이승환이 연말공연을 하게 되면 기본 4시간은 해서 다른 가수들이 공연할 때 신경을 안 쓸 수 없다"고 볼멘 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런 장시간 공연에 익숙한 이승환에게도 '빠데이7'이 미리 예고한 러닝 타임 7시간은 상당한 짐이 될 수 있다. 7시간 동안 이승환은 70곡이 넘는 곡을 부른다. 팬들은 반가우면서도 내심 이승환을 걱정하는 것이 당연하다. 되려 이승환은 "나보단 너희가 걱정"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뮤지션 이승환 소속사 드림팩토리 측은 오는 10월 8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빠데이7' 공연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 공연장 앞에 구급차를 대기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모든 만반의 준비를 끝냈지만 장시간 공연에 따른 탈수, 탈진 등 위급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 이승환이 페이스북에 밝혔듯 역시 탈진 가능성이 있는 관객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이승환이 언젠가 스치듯 말했던 "어쩌면 마지막 빠데이"라는 말은 다른 말보다 유난히 신경쓰인다. 과거 "어쩌면 마지막 CD로 내는 음반"이란 말을 했을 때도 이승환의 속뜻은 정말 '마지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이승환은 이런 극단적인 표현으로 중요한 사안에 대해 사회적 환기, 혹은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곤 했다.
하지만 "어쩌면 마지막 빠데이"라는 말은 '빠데이'라는 장시간의 공연이 주는 체력적인 부담과 '기록'이라는 말이 주는 정신적인 부담, 이를 견뎌내고 넘어서기 위한 긴 준비과정, 게다가 -거론하긴 싫지만-그의 나이와 연관해보면 '어쩌면'이 '정말'로 바뀔 가능성이 농후하기에 더 우울한 상상을 자극했는지도 모른다.

매우 조심스럽게 이 발언에 대해 질문하자 드림팩토리 관계자는 "이승환이 그런 말을 했었나?"라고 반문하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기우였나 싶다. 관계자는 "이승환이 말하고픈 것을 세세하게 상의해서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보니 그런 말을 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말실수를 하는 적은 없으니까"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사람 일이란게 어찌될 지 모르니까 그렇게 표현한 것 같은데 내부에선 이승환이 공연이나 페이스북 등에서 한 그런 말 한 마디에 크게 흔들리거나 하진 않는다. 어차피 본인이 뭐든 하려면 주변에서 극구 말려도 하는 사람이고 뭐든 안 하려면 어떻게 설득해도 안 하는 사람이니.."라며 "4~5년째 '올해 연말공연은 없다'고 했지만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보란듯이 해서 성공시키지 않았나. '빠데이' 발언 역시 그렇게 봐주시면 되겠다"고 답했다.
이승환 입장에선 배수진인 셈이다. 무리하게 다음 일정을 공지하고 약속하기보다는 관객에게 새로움을 줄 수 있는 공연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내년 또 '빠데이'를 한다고 해도 여전히 걱정되는 것은 남아있다. 바로 '기록'에 관한 부분이다. 이승환의 성격상 분명 자신의 한계를 넘으려 할 것이고 이것은 곧 올해 '빠데이7'의 러닝타임 기록에 도전할 것임을 시사한다. 당장 이승환은 '빠데이7' 마지막 연습을 한 뒤 "7시간이 아니라 8시간을 걱정해야할 정도"라며 러닝타임이 7시간을 넘어설 것이라는 것을 암시했다. 당초 드림팩토리 측도 "실제 공연이 종료되는 시점은 다음날 오전 1시께, 혹은 그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렇듯 장시간의 공연인 '빠데이'가 해를 거듭할수록 더 긴 러닝타임을 예고하게 되면 무리가 아닐까.
드림팩토리 관계자는 "사실 그런 부분은 조금 걱정이다"면서도 "(만일 내년에도 '빠데이'를 하게 된다면)그냥 내년 '빠데이' 때부턴 러닝타임 신경쓰지 말고 '짧고 굵게' 보여주자고 건의하고 싶지만 공연에 있어선 이승환 본인이 가장 최선의 판단을 하기에 최대한 의견을 따르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아직 올해 일정도 다 마무리가 안됐는데 내년 일까지 예측하긴 힘들다"고 의견을 드러냈다.
이승환이 러닝타임 기록을 등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반대로 기록 달성에만 연연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단독공연 최장시간 공연이니만큼 한국기록원 등을 통해 기록으로 남길 수도 있는 일 아닌가"라는 질문에 드림팩토리 관계자는 "이승환이 별로 그런 것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이승환 본인도 그냥 '열심히 하면 다들 언젠가는 알아주겠지'하는 스타일이고 팬들과 소통할 때 '이런건 정말 기록감 아닌가요?'라고 물었을 때 '기록감이죠!'라는 답변이 나오면 거기에 만족하고 뿌듯해하는 사람이다. 그게 이승환의 '가오'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승환의 '가오'가 설 일은 '빠데이7'의 성공적 마무리 외 또 하나 있다. 신곡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다.
이승환은 '빠데이7' 공연 전인 10월 7일 0시, '폴 투 플라이-후'(Fall to fly-後) 수록곡 중 두 번째 노래인 '그저 다 안녕'을 발표했다. 앞서 발표했던 '10억 광년의 신호'와는 달리 '그저 다 안녕'은 이승환의 섬세한 목소리가 도드라지는 감성적인 곡이다. '그저 다 안녕'은 이규호(Kyo)가 작사 작곡에 참여, 세밀하게 감정을 녹여냈다. 여기에 여린 감성을 노래하는 이승환의 애절하면서도 절제된 목소리가 어우러져 쓸쓸한 가을 날씨같은 곡으로 탄생했다.
이승환은 '빠데이7'에서 신곡 '그저 다 안녕'의 첫 라이브 무대를 팬들 앞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3+3' 앨범을 발표하기 전 신곡 '다 이뻐'를 '빠데이 전야제'에서 불러 팬들에게 색다른 선물을 준 것과 비슷하다. 가을 감성에 맞는 쓸쓸하고 감미로운 발라드 곡인 '그저 다 안녕'의 첫 라이브를 접한 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사뭇 기대되는 부분이다.

이승환은 '빠데이7'에서 7시간 이상 70여곡 이상의 곡을 소화할 계획이며, 전날인 10월 7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2시간가량 'BEFORE 빠데이'라는 타이틀로 리허설 공연을 개최한다. 이틀간 총 9시간 넘게 무대에 오르는 것이며 특히 '빠데이7'은 이승환과 듀엣 무대를 연출할 정성미를 제외하고는 게스트가 전무해 7시간 넘게 이승환이 홀로 무대의 시작과 끝을 맺어야 하는 공연이다.
이승환은 '빠데이7' 공연을 위해 6개월 이상 철저하게 준비했다. 가수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음향, 조명 등 공연 전체의 연출과 관객편의를 위한 식사 및 동선 등까지 직접 진두지휘 한다. 극한의 체력과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공연인 만큼 어느 때 보다 비장한 각오로 임해 본인과 관객 모두 아무 일 없이 장시간의 공연을 끝까지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승환에게 '마지막 빠데이'를 묻는다면 '네버 세이 네버(Never say 'Never')'라는 답이 돌아올 것이다.

'미리보는 빠데이' 연재는 끝이다. 본게임인 '빠데이7' 공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김영란법 시행 전부터 원래 초대권 없이 정직했던 드림팩토리와, 언제나 모든 공연에 최선을 다해 최고의 공연을 만들어 온 이승환이 마련한 공간에서 '빠들의 축제'를 즐기는 것만 남았다. 올해도 당연히 초대권은 없이 꽉 채워졌으니 빠들'만'의 축제다. 10월 8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공연의 역사가 다시 기록된다. 이승환으로부터, 드림팩토리로부터, 그리고 드팩민으로부터.
☞ 이승환의 최초 시도 '리허설 공연', 어떤 모습일까(미리보는 빠데이7①)
☞ '사실상 게스트 無' 이승환 7시간 공연 함께하는 이들은?(미리보는 빠데이7②)
☞ '유례없는 7시간 공연'에 대처하는 이승환의 자세(미리보는 빠데이7③)
☞ 이승환 '빠데이7', 완벽한 공연에 걸맞는 '매너 관객' 되는 법(미리보는 빠데이7④)
☞ 이승환에게 묻는다 "어쩌면.. 마지막 빠데이?"(미리보는 빠데이7⑤-최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