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계 여윳돈 99조…'사상최대'
[컨슈머타임스 조선혜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가 운용한 자금에서 빌린 돈을 뺀 여윳돈이 99조원을 넘어서며 사상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5년 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가계에 봉사하는 비영리단체의 잉여자금 규모는 99조2000억원으로 전년대비 5조7000억원 증가했다.
잉여자금은 가계가 예금, 보험, 주식투자 등으로 굴린 돈(운용자금)에서 빌린 돈(자금조달)을 제외한 것을 말한다. 비영리단체는 소비자단체, 자선·구호단체, 노동조합, 종교단체 등이다.
잉여자금 규모는 한은이 2008년 국제기준 국민계정체계에 따라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0년 53조9000억원에서 2011년 65조8000억원, 2012년 72조4000억원, 2013년 89조6000억원, 2014년 93조5000억원 등으로 꾸준히 늘었다.
가계가 소비하지 않고 쌓아둔 돈이 그만큼 증가했다는 뜻이다. 한은 국민계정 통계에서 가계의 순저축률은 7.7%로 2000년 8.4% 이후 15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이 같은 잉여자금 증가는 가계 소득이 늘어난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게 한은 측 설명이다.
국민계정 통계를 보면 지난해 가계의 임금 등 피용자보수는 693조3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8% 늘었다. 자영업자의 소득을 나타내는 영업잉여는 400조2000억원으로 3.8% 증가했다.
지난해 가계가 금융기관 등에서 빌린 돈은 127조6000억원으로 전년대비 63.0%(49억3000억원) 급증했다.
특히 만기가 1년을 넘는 장기차입금 규모는 2014년 55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111조4000억원으로 2배 수준으로 커졌다.
지난해 가계가 금융기관 등을 통해 굴린 자금은 226조9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200조원을 넘어섰다. 2014년 171조8000억원보다 무려 55조1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금·예금이 106조7000억원이나 됐다.
예금이 97조7000억원으로 2014년 67조8000억원보다 30조원 가까이 늘었다. 현금은 8조9760억원으로 집계됐다.
주식·펀드투자는 2014년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작년에는 16조8000억원 늘었다. 보험·연금준비금은 90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 가계·비영리단체의 금융부채 잔액은 1422조7000억원으로 전년대비 9.8%(126조6000억원) 증가했다. 가계·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은 3176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금융자산 대비 부채 비중은 2.23배로 2014년 말 2.24배와 비슷했다.
기업(비금융법인)의 경우 지난해 자금부족 규모가 15조원으로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 한국전력의 자산매각 등 공기업의 경영 효율화와 회사채 발행 감소 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은 측은 설명했다.
작년 한해 금융회사를 제외한 국내 기업이 조달한 자금은 107조1000억원으로 2014년대비 19조7000억원 줄었다.
기업이 운용한 자금도 92조원으로 2014년보다 4조2000억원 감소했다.
정부의 잉여자금 규모는 세입 증가에 힘입어 22조3000억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3조3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한국은행을 제외한 금융법인이 가계와 기업에 공급한 자금은 233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3조6000억원 증가했다. 금융법인이 가계와 기업에서 조달한 자금도 274조원으로 52조6000억원 늘었다.
작년 말 기준 총 금융자산은 1경4599조원으로 전년대비 7.7%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