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금, 미국 증시 떠나 일본·유럽 이동 중
[컨슈머타임스 김동완 기자] 글로벌 투자자금이 미국 주식에서 빠져나와 유럽과 일본으로 이동 중이라고 CNN 머니가 9일 보도했다.
CNN 머니는 미 증시 상승장이 6년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조정이 늦어지는 데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로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닝스타의 알리나 라미 선임 애널리스트는 CNN 머니에 "미래에 대한 일부 불안 때문에 미 증시에서 돈이 빠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CNN 머니는 이와 관련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이 지난해 시작됐지만 실질적으로는 올해 들어 본격화됐음을 상기시켰다.
그레이트 로테이션은 자금이 안전 자산인 채권에서 빠져 위험 자산인 주식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주로 경기 회복기에 나타난다.
모닝스타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 펀드에서 640억 달러가 빠졌지만 국제 주식펀드에는 1580억 달러가 새로 들어갔다.
이같은 현상은 올해 미 증시 수익은 신통치 않았지만 유럽과 일본은 두자릿수 실적을 냈기 때문이라고 CNN 머니는 지적했다.
일본 닛케이 지수는 올해 들어 약 19% 상승했으며 독일 DAX 지수 상승 폭도 17%에 달했다.
통화 정책이 엇갈리는 점도 지적됐다.
뉴욕 소재 ETF(상장지수펀드) 시큐리티스의 마이크 맥글로네 리서치 책임자는 CNN 머니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머지않아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이지만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은 부양에 더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자금 이동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준이 이르면 내달 금리를 올려도 미국 경제가 계속 성장할 것으로는 관측되지만 문제는 금리 상승이 기업 수익성에 악재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CNN 머니는 크레이트 로테이션 이후에도 연준이 유동성을 계속 공급해 증시를 부풀렸다면서, 유럽과 일본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되기를 시장이 기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럽과 일본 경제가 수출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엔화와 유로 가치가 달러에 약세를 보이는 것이 증시에는 긍정적 요소라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미국 금리 인상이 달러 가치를 더 부추길 것이란 점도 주식 자금이 유럽과 일본으로 이동하는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 린치(BOAML)의 브라이언 렁 투자 전략가는 CNN 머니에 "우리 판단은 일본 증시가 오를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는 것"이라며 "통계적으로 볼 때 일본 주식은 너무 비싸지 않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반면 원자재 약세 충격을 크게 받고 있는 신흥국 증시는 여전히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으며 올해에도 그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CNN 머니는 내다봤다.
ETF의 맥글로네는 그간 붐을 이뤄온 미국 ETF에서 올해 들어 자금이 빠지는 것도 이전과 다른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월가에서 가장 대중적인 ETF인 SPY 펀드에서 420억 달러가 빠졌다면서 이는 과거 어느 해 전체보다도 큰 규모라고 강조했다.
이 와중에 미 주식 장기 투자를 권고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CNN 머니는 전했다.
모닝스타의 라미는 "과거에도 투자자가 (대거) 빠진 증시가 상승한 사례가 여러 번 있었다"며 따라서 "장기 투자자는 시황이 요동치더라도 (멀리 내다보며) 진득하게 눌러앉는 것이 열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