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타워 최고층 빌딩 '새 역사' 현장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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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타워 최고층 빌딩 '새 역사' 현장에는…
  • 김은주 기자 winter@cstimes.com
  • 기사출고 2015년 04월 01일 0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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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바람·추위와 사투…"국내기술로 최첨단 건물 짓는다는 자부심"
   
▲ 롯데월드타워 100층에서 바라본 잠실 일대 전경. 아래쪽에 작게 롯데월드도 보인다.

[컨슈머타임스 김은주 기자] 고개를 끝까지 뒤로 젖히고 시선을 위로 향했다. 하늘과 맞닿아 있는 듯 건물 높이가 좀처럼 가늠이 안 된다. 착공 4년5개월만에 100층을 돌파한 롯데월드타워다. 

서울 잠실에 위치한 이곳 건설현장에 진입하려면 안전모와 장갑은 필수다.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인 탓에 연신 땀을 훔치며 일하는 작업자들의 얼굴에 먼지와 긴장감이 뒤섞여 있다.

◆ 100층 413.65m 꼭대기, 120명 현장 직원 '구슬땀' 

건물 외벽에 설치된 공사용 엘리베이터 '호이스트'를 타고 지상에서 78층까지 한 번에 올라갔다. 6~7층을 지나는 순간부터 다리가 후들거리더니 78층에 도달할 즈음엔 오히려 감각이 무뎌진다.

건물 내부에 설치된 호이스트로 갈아타고 98층까지 다시 올라갔다. 98층부터는 계단 역할을 하는 철제사다리를 타야 했다. 실제 오르는 사람에겐 90도로 느껴질 만큼 경사가 가파르다. 공포심에 팔과 다리에 바짝 힘이 들어간다. 

난코스를 지나 도달한 100층, 정확하게는 100.5 층이다. 사다리를 꽉 움켜잡았던 양쪽 손이 얼얼하다. 

지난달 24일 100층 돌파 기념식을 치른 지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철골뼈대가 이미 올라가 있었다. 철골작업과 유압장치 설치 등을 완료해 1개 층을 증축하려면 층간 발판이 총 6개 필요하다. 그 중 5번째 발판이 이미 마련돼 철골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발판에는 소화기 11대, 소화전 4곳 등의 소방시설이 완비돼 있다. 7개 발판의 '동서남북'을 둘러싸고 있다.

100.5층, 지상 413.65m 높이의 건물 꼭대기에 섰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아래에 있을 때보다 훨씬 춥게 느껴진다. 지상의 봄 기운이 100층 높이에서는 아득하기만 하다. 잠깐 어지러운 기분도 든다.

현장에서는 상부와 하부의 풍속, 온도가 다르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측정한다. 롯데물산 롯데월드타워 김영학 책임은 15층 사무실에 설치된 풍속계와 온도계 모습이라며 사진을 건넸다. 실제 꼭대기와 하부는 4도 정도의 온도차를 보였다. 기자가 찾은 날 초속 10m의 바람이 불었다.

초속 12m를 넘어가면 크레인 작업이 중단된다. 크레인 와이어가 꼬이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호이스트(공사용 엘리베이터) 안에서 바라본 외부 전경.

건물 규모에 비해 눈에 보이는 현장 작업자 수가 많지 않다. 철골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을 뿐120명 가량이 작업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남성이다. 호이스트 운전수는 대개 여성들이 맡고 있다.

한 번 올라오면 내려가기 쉽지 않은 현장. 식사는 도시락이나 지하 3층 식당에서 해결한다고 김 책임은 설명했다.

층마다 간이 휴게소도 마련돼있다. 두꺼운 비닐을 덧대 바람을 막은 형태다. 고단함을 잠시 내려놓은 직원들은 믹스커피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 현장직원 중에 점심시간에 석촌호수를 3바퀴나 돌고 오는 사람이 있어요. 내가 진짜 대단하다고 박수 쳐줬어요."

기자 옆에서 휴식을 취하던 한 작업자가 자랑스레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같은 작업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서 식구끼리의 정이 느껴진다.

"가끔 담배를 피우고 싶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직원은 손사래를 쳤다.

"아이고, 엄두도 못 냅니다. 사실 예전에 흡연하다 발각된 사람이 있긴 있었어요. 물론 출입카드 빼앗기고 현장에서 퇴출 당했죠."

실제 안전요원 25명이 현장을 감시하고 있다. 24시간 근무요원이 2명, 주간요원 3명이 현장에 상주한다.

건물 완공은 2016년 말 예정이다. 123층, 555m 높이의 롯데월드타워는 아랍에미리트 부르즈 할리파(163층, 828m)와 중국 상하이 타워(128층, 632m) 등에 이어 층수 기준 세계 4위, 높이 기준 세계 6위의 초고층 빌딩이 된다.

완공 후 롯데월드타워에는 전망대까지 한 번에 오를 수 있는 전용 엘리베이터도 설치된다. 분당 600m의 속도로 전망대에 도달하는데 1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전망대는 500m 위치에 설치될 예정이다. 층수는 미정이다. 78층부터 102층까지는 호텔이 들어선다.

▲100층에서 작업에 열중인 현장직원들 모습.

타워의 동쪽엔 남양주, 서쪽으로 인천 송도, 남쪽엔 남한산성이 위치해 있다. 현장을 방문한 당일은 날씨가 흐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맑은 날에는 여의도까지 생생하게 볼 수 있다고 한다. 김 책임은 여의도 불꽃축제도 현장에서 봤다며 야경 사진을 보여줬다.

고충도 있다. 안전이슈가 끊이지 않는 탓이다.

◆ 소비자 불안감 해소, 풀어야 할 숙제

"어느 현장에 가도 안전요원 이렇게 많지 않습니다. 요즘 자꾸 이슈가 돼서 속상하긴 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국내 최초로 오로지 국내기술만으로 최첨단 건물을 짓는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안 가본 길을 걷는다는 사명감도 있고요. 안전과 관련해선 앞으로도 면밀히 검토할 것입니다."

잠실 현장은 화강편마암으로 이뤄진 암반부에 위치해 있어 싱크홀 발생 가능성이 없고 수족관 누수와 영화관 진동 등은 안전문제가 아니라 운영상의 실수라고 롯데물산 측은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소비자 불안감을 해소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123층 완공 후에도 끊임없이 풀어야 할 숙제다.

롯데물산 박현철 총괄사업 본부장은 "안전 문제로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 드리고 안전에 한치의 오차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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