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파산 초읽기…세계 車업계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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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파산 초읽기…세계 車업계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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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출고 2009년 05월 28일 14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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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슬러에 이어 GM의 파산보호 신청이 임박함에 따라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지각변동'이 현실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차 업계 '빅3' 중 2개가 사실상 무너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불과 수년전만해도 세계 자동차 업계 1위였던 GM의 파산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인수.합병(M&A)의 소용돌이 속에서 공고하던 상층부의 균열과 후발 주자들이 대거 약진하는 일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지각변동의 진원지는 물론 GM과 크라이슬러의 공백에서 시작된다.

올해 1분기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이들 빅3의 시장 점유율은 이미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세계 1위를 도요타에 내준 GM은 판매량이 무려 48.8%나 떨어졌고 포드(-42.8%)와 크라이슬러(-45.6%)도 추락했다.

이들 기업은 무리한 M&A에 시너지 효과까지 내지 못하며 쇠락의 길을 걸었다.

GM과 크라이슬러는 파산보호를 통해 국유화되고 우량기업들로 구성된 새 업체로 태어난다고 해도 향후 수년간 공장폐쇄로 인한 생산감소와 판매딜러망의 급격한 축소로 미국 시장 점유율은 과거 40% 수준에서 20% 내외까지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공간을 파고들고 있는 것은 유럽과 아시아의 완성차업체들이다.

지난해 세계 4위였던 독일의 폴크스바겐은 1분기 143만여대의 승용차를 판매, 일본의 도요타(145만대)에 바짝 접근하며 2위로 뛰어올랐다. 폴크스바겐이 미국의 GM과 르노-닛산을 제치고 도요타와 접전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소형차 시장에서 선전했기 때문이다.

폴크스바겐은 비록 최근 포르쉐와의 합병이 무산됐지만 전문가들은 GM이 물러간 뒤 도요타와 함께 세계 자동차 1위 자리를 놓고 다툴 후보로 폴크스바겐을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소형차 판매 호조를 바탕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피아트는 크라이슬러 지분과 GM의 유럽 자회사인 오펠 인수를 추진하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현재 피아트, 알파로메오, 페라리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피아트가 크라이슬러와 GM 유럽 사업부문을 인수할 경우 새로 설립된 회사의 연간 수입은 800억유로(1천63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 한국의 현대기아차도 소형차 부문에 가진 강점을 십분 활용, 불황기 GM과 크라이슬러의 공백을 차지하기 위한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실제로 GM을 제치고 1위에 등극한 도요타는 올해 생산 목표치를 작년 대비 28% 줄이는 등 일찌감치 너무 커져버린 몸집의 부작용이 적지 않은 상황이지만 혼다와 함께 여전히 북미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의 빅3가 휘청거리는 사이 최근 미국에서의 시장점유율을 7.3%로 높였다. 이는 1년 새 1.8%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업계의 성공여부가 소형차 판매에 달려있다고 진단한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자동차 시장은 수요가 줄어 공급과잉의 상태가 됐지만 소형차만은 상대적으로 판매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소형차 시장을 장악하는 메이커가 업계의 '빅3' 순위를 완전히 뒤바꿀 것이라는 예상도 이래서 나온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한 자동차 업계의 불황과 위기가 이들 업체에는 새로운 기회로 찾아온 것이다.

미국 빅3 업체 중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포드가 최근 미시간 공장의 트럭 생산라인을 기존 소형차 브랜드인 '포커스'를 업그레이드한 '뉴 포커스'라인으로 교체하고 소형차 시장에 뛰어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친환경차 개발도 향후 업계 재편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오바마 정부가 GM과 크라이슬러 파산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중대형 위주에 연비가 낮은 미국 '빅3' 업체가 친환경업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대대적인 수술을 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GM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세계 '빅5'의 순위가 완전히 뒤바뀔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빅5' 중 도요타, 폴크스바겐, GM, 포드는 잔류하지만 순위 변동을 겪게 되고, 르노-닛산은 현대기아차, 피아트, 혼다의 추격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글로벌 업체간 합종연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향후 2-3년내에 업계 판도가 완전히 재편될 것"이라며 "일부 프리미엄 브랜드를 남겨놓고 전반적으로 자동차의 소형화 추세가 뚜렷해지는 한편 친환경 문제도 큰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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