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업계 짝퉁? 진퉁? '베끼기' 너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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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업계 짝퉁? 진퉁? '베끼기' 너무해
  •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04월 04일 0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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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제품 범람 원조 '실종'…"기술력 없이 시장 선도 불가능"
   
▲ 아모레퍼시픽 아이오페 '에어쿠션'(왼쪽)과 LG생건 오휘 'CC쿠션'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CC크림, 스팀크림, 진동파운데이션, 쿠션파운데이션, 발효에센스, '천송이' 립스틱…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미샤로 대표되는 국내 화장품 업체들의 도 넘은 '베끼기 전략'이 소비자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경쟁사 인기제품을 그대로 흉내낸 '미투제품'을 쏟아내는 등 연구개발을 등한시 한 '무임승차'가 극에 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업계의 체질개선 주문도 적지 않다. 

◆ 홈쇼핑서 히트 치면 너도나도 흉내

4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경쟁업체의 히트 상품 및 핵심 기술을 따라하는 이른바 '미투 전략'이 독버섯처럼 업계 전반에 퍼지고 있다.

특히 홈쇼핑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중소 브랜드의 히트 아이템을 대기업이 앞다퉈 모방, 신생기업의 독창적 기술력이 빛을 잃은 경우도 허다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CC크림과 진동 파운데이션, 스팀크림이다.

CC크림은 피현정 뷰티 디렉터가 개발, 론칭했으며 진동 파운데이션은 한경희 생활과학이 원조다. '스팀크림'은 포이보스걸이 홈쇼핑을 통해 국내에 첫 선을 보였다.

BB크림을 이을만한 히트 아이템으로 시선을 끈 CC크림은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국내는 물론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까지 모두 보유하고 있는 보편적 아이템으로 전락했다.

진동 파운데이션 역시 잇따라 유사 제품이 쏟아지면서 '반짝 인기'에 그쳤으며 스팀크림은 악마크림, 천사크림, 마녀크림과 같은 후발주자들에 묻혔다.

▲ 포이보스걸 '스팀크림'(왼쪽)과 네이처 리퍼블릭의 '스팀크림'

거기다 브랜드숍 '네이처 리퍼블릭'이 지난 겨울 '스팀 크림'을 주력 상품으로 밀면서 '원조'를 기억하는 소비자가 없을 정도로 밀려났다.

국내 1위 화장품 업체 아모레퍼시픽도 마구잡이식 모방의 피해를 보고 있다. 지적 재산권 보호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쿠션 파운데이션'이 화장품 회사들의 기본 아이템이 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에어쿠션은 2008년에 첫 출시된 상품이다. 사실상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진일보된 모습을 보이기는 커녕, 6년전 기술을 그대로 모방·답습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천송이 립스틱으로 유명세를 탄 입생로랑이 타깃이 됐다. 아모레퍼시픽, LG생건을 위시한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이를 대거 흉내 내고 있는 것.

고가 글로벌 브랜드 제품의 '저렴이'를 자처, 아리따움이 '월드글램 코팅틴트'를, 더페이스샵이 '핑거글로스'를, 토니모리가 '립 마스터'를 각각 내놨다.

▲ 입생로랑의 '누드 튄트'와 더페이스샵의 '핑거글로스', 토니모리의 '립마스터'제품.(왼쪽부터)

특히 더페이스샵과 토니모리 제품의 외관은 노골적일 정도로 똑같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연구 개발비를 아끼고 큰 어려움 없이 이미 형성된 시장에 안착하려 하는 안일한 자세로는 결국 퇴보하게 된다"면서 "하나의 인기 아이템에 너나없이 뛰어들어 결국 채 성장하지도 않은 시장이 축소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업계 3위 에이블씨앤씨의 미샤는 '미투제품'에만 주력했다 낭패를 본 경우다.

◆ "시장 선도하는 기업 되기 위해서 R&D 투자 선행돼야"

SK2와 에스티로더를 정면으로 겨냥한 발효 에센스와 나이트 앰플로 전성기를 누렸지만 이들 제품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자사만의 뚜렷한 대표 아이템을 잃은 미샤의 실적은 빠르게 곤두박질쳤다.

대한화장품협회 관계자는 "이미 누군가 시장 가능성을 타진해놓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자기의 기술력을 선두적으로 가져가지 못한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시장을 선도해나가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을 축적, 개발하고 이를 위해 R&D에 대한 투자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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