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교보문고 이비즈니스본부장
상태바
김상훈 교보문고 이비즈니스본부장
  •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01월 12일 23시 42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책 읽으라는 말보다 즐길 수 있는 환경 조성해야…전자책이 종이책 보완할 것"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전자책 산업에 대한 시장 안팎의 기대는 컸다. 단숨에 스마트 기기 강국으로 떠오른 그 동력에 대한 믿음에서였다. 막상 뚜껑을 여니 성장은 예상보다 더뎠다.

하루 종일 스마트 기기에 코를 박고 살지언정 그 속의 활자를 읽는 것에는 무관심한 게 우리의 현주소다. 그럼에도 전자책은 여전히 휘청거리는 출판시장의 좋은 대안이자 미래지향적 사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 

교보문고 전자책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상훈 본부장은 "비독서인구를 독서인구로 끌어오는 데 전자책이 가교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종이책과의 대립이 아닌, 상호보완의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거품은 빠져나갔지만 시장은 여전히 조금씩 자라고 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현란한 게임이나 영화 대신 시 한편 읽는 날이 머지않았는지도 모른다.  

◆ "중요한 것은 지식콘텐츠가 미래에도 잘 계승되고 널리 읽히는 것"

Q. '책'이 중심이 되는 기업이다. 책 사랑이 남다를 것 같다.

== 원래 책 읽는 것을 좋아했지만 제가 좋아하는 것에 비해 그만큼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은 잘 조성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책을 다루는 기업에 근무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과 가깝게 됐습니다. 그래서 우리 직원들에게도 책 읽는 환경을 최상의 조건으로 만들어줘야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보문고는 사내 독서 문화가 매우 잘 정착돼 있습니다. 업무를 할 때 문제가 발생하면 책에서 그 해결책을 찾을 준비가 돼있습니다.

Q. 스마트 기기의 발전 속도에 비해 전자책 시장의 성장이 더디다는 부정적 평가가 많다.

== 전자책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업계와 독자, 언론사들이 느끼는 열풍의 세기는 서로 다를 것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떤 회사는 실적을 과대포장해 발표하기도 했고 언론사들은 이를 열풍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정작 독자들이 느끼기에는 와닿지가 않는 거죠. 전자책 사업은 독자, 콘텐츠 생산자(출판사), 콘텐츠 유통업체가 함께 협력해야 하는 사업입니다. 현재까지는 유통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리는 비록 속도가 더딜지라도 독자, 출판사, 유통업체가 함께 성장해 가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중요한 것은 지식콘텐츠가 미래에도 잘 계승되고 널리 읽히는 것이니까요. 

Q. 종이책과 비교했을 때 전자책만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 수천 권의 도서가 가벼운 단말기 한대에 들어간다는 얘기가 일반적입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전자책을 종이책에 가깝게 만드는 기술력입니다. 뷰어가 글자깨짐 현상 없이 안정적으로 구현 된다든지 로딩에 걸리는 시간을 줄여 종이책을 넘기는 속도와 비슷하게 맞춘다든지 하는 것들입니다. 교보문고는 'sam' 단말기 출시 후에도 독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한 달에 한 번 펌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했습니다. 만족도를 높이는 작업이죠. 결국 어떤 콘텐츠 플랫폼이나 단말기를 출시하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어떻게 운영하고 소비자와 얼마나 소통해 가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또 종이책으로 출간된 책이 빠르게 전자책으로 출시돼야 하고 근본적으로 독서 인구가 늘어나야 된다고 봅니다. 사람들이 종이책을 안 읽는다고들 하지만 지금도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문제는 비독서인구인데 이들을 어떻게 독서인구로 끌어들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전자책도 그 해결책 중 하나입니다. 전자책으로 비독서인구를 독서인구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유연하고 말랑말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Q. 전자책이 종이책의 종말을 가져올 거라는 우려도 있는데.

== 먼 미래에는 어떻게 환경이 바뀌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당분간은 종이책과 전자책이 공존하면서 독서시장을 키울 것으로 보입니다. 종이책의 적은 전자책이 아닙니다. 멀티미디어 기기를 통해 볼 수 있는 영상과 게임 등입니다. 이런 것들에 빼앗긴 시선과 독서시간, 독서인구를 되찾을 수 있는 열쇠가 바로 전자책일 것입니다. 전자기기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익숙한 독서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책으로 관심을 돌릴 수 있게 할 것입니다. 한마디로 전자책이 전체 독서시장의 외연을 넓히는 순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음악, 동영상 서비스까지 가능한 다른 전자기기에 비해 책만 볼 수 있는 전자책 단말기의 매력이 떨어지지 않는지.

== 우선 전자책 유통사 입장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는 우리의 경쟁대상이 아닙니다. 전자책 전용 단말기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독서 환경이 보다 다양해졌기 때문입니다. 책을 종이책으로도, 스마트폰으로도, 태블릿PC로도, 전용단말기로도 볼 수 있으니 오히려 책의 외연이 넓어진 셈입니다. 우리로서는 플랫폼을 탑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이 출시된 2010년에 전자책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이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전용 단말기를 보급하는 이유는 전용 단말기 나름의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책을 보는 데 방해가 되는 동영상, 게임 등의 서비스가 없어 오직 책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는 데에는 전용 단말기를 따라올 수 있는 기기는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그걸 알아주시는 책 소비자들이 지금도 많이 있고 전자기기에 익숙한 비독서인구들이 전용 단말기의 매력에 빠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열심히 알리고 있습니다. 

◆ "책 읽으라는 구호보다 책 즐길 수 있는 환경 조성해야"

Q. 전자책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교보문고는 2004년부터 디지털콘텐츠 사업을 준비해 왔습니다. 현재 21만 종이 넘는 콘텐츠 종수를 확보한 상태입니다. 사실 그 길이 순탄치 않았습니다. 콘텐츠 소싱을 위해 출판사들을 개별 접촉하면서 설득할 때는 삼초고려의 자세로 임했고 '전자책이 종이책을 잠식할 수 있다', '불법 복제가 될 수 있다' 등의 이유로 대부분의 출판사가 부정적인 입장이었기 때문에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출판사들이 전자책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돌아선 것 같습니다. 별도 팀을 구성해 적극적으로 대응을 하는 곳도 있고 열린책들 같은 출판사는 세계문학전집으로 히트를 치기도 했습니다.

전자책 시장에서 출판사의 참여를 증대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게 투명한 정산시스템입니다. 예전에는 불투명한 정산으로 인해 출판사가 피해를 본 적도 있고 이로 인해 불신이 쌓이기도 했는데 교보문고는 정산시스템을 출판사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출판사들이 콘텐츠 판매량을 하루 단위로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Q. 사실 종이책 전자책을 막론하고 책 소비자가 대폭 준 게 문제가 아닌가.

== 2012년 미국 출판 협회 자료에 따르면 종이책 시장 규모는 2008년에 비해 3% 줄어든 반면 전자책 시장은 시장은 211% 늘었습니다. 전체 독서량(판매권수)은 5%가 늘었는데 이중 전자책 구매량이 크게 늘어난 독자층은 월1권 미만의, 독서량이 많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줄어드는 종이책 시장을 전자책 시장이 커버, 전체 시장을 키운 것으로 분석됩니다.

국내는 해외보다 독서량이 낮은 게 사실이나 지식산업시대를 맞이해 책 읽기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창조경제 역시 책 읽기를 통한 '지식의 축적'으로 이뤄지는 것입니다. 책을 잘 읽지않는 국민들에게 자꾸 '책 안 읽는다', '책 안 읽는다'고 말하는 풍토 또한 독서 환경에는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책을 읽으라는 구호가 아닌 책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먼저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책 읽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제아무리 재미있는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열리고 새로운 디바이스가 사람들의 눈을 현혹시켜도 책이 주는 즐거움을 못 따라갈 것이라 생각됩니다. 

Q. 국내 최대 규모 서점으로서 교보문고의 비전과 책임, 사회적 역할에 대해 말한다면.

== 갈수록 책을 읽지 않는 시대라 역설적으로 책 읽기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디지털 치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등 스마트폰 환경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경고성 메시지를 담은 책들이 부쩍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자들의 공통적인 주장은 '가벼운 소모성 텍스트를 읽는데 길들여진 사람은 점점 긴 텍스트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책읽기는 단순 훑어보기식의 정보소비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다소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친 후 체화(體化)되는 것이 책읽기의 유익한 점입니다. 쉽고 편한 독서로는 창의성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말입니다.

교보문고의 창립이념은 '국민교육 진흥의 실천적 구현', '독서인구 저변확대를 통한 국민정신문화 향상', '사회교육적 기능을 살린 문화공간 창출'입니다. 책의 개념이 바뀌어도 교보문고의 역할은 같습니다.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혹은 모바일이든 책과 관련한 모든 것을 언제 어디서든 교보문고를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선도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고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상훈 본부장은?

1989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이듬해 교보생명에 입사했다. 2012년 2월 교보문고로 자리를 옮겨 현재 이비지니스 본부장직을 맡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