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하고도 욕먹는' 영화관 팝콘 칼로리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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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하고도 욕먹는' 영화관 팝콘 칼로리 표시
  • 최미혜 기자 choimh@cstimes.com
  • 기사출고 2013년 04월 22일 0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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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주말을 이용해 모처럼 영화관을 찾았다. 매점에 들러 콜라와 팝콘을 구매했다. 한 켠에 비치된 빨대와 휴지를 챙겼다. 그 옆으로 '외롭게' 서있는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영화관 매점에서 판매되는 각종 스낵들에 대한 영양정보가 담긴 표시판이었다. 베이지색 바탕 종이 위에는 비슷한 계열의 색으로 깨알 같은 글씨가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열량, 당, 나트륨 등 주요 영양성분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코가 닿을 정도로 얼굴을 바짝 들이밀어야 했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메뉴판이나 이벤트 안내 게시물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CGV, 롯데시네마 등 업체들은 '고열량' 식품으로 지적돼온 매점 스낵에 대한 영양정보를 표시하고 있다. 관련 당국에서 정해준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강제사항은 아니다.

영화관에서 판매되는 각종 스낵들이 고칼로리인데 반해 영양표시가 없어 소비자들의 건강을 해칠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조치다.

영화관들이 칼로리 등 관련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안내하고 있는 사실 자체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글자 크기나 색상 등에 대한 구체적인 표시 기준이 없다지만 "읽기조차 힘들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영화관 입장에서 콜라, 팝콘 판매는 상당한 돈벌이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최근 '영화관 사업의 실질적인 수입원은 매점 매출'이라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영화관 매점 매출 이익률은 80%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에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김기현 의원(새누리당)이 "대형 영화관은 원가 대비 수익이 많은 매점 매출에 의존하고 있다"며 "메가박스의 최근 3년 동안 극장 매점 매출이 64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5.7%나 차지했다"고 밝혔다

'하나 마나 한' 표시를 하는 데 이유가 있는 셈이다.

영양정보를 확인하고 '팝콘=고칼로리'라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강해지면 매점 매출에 악영향이 미칠지도 모른다는 영화관 측의 염려가 깔려있는 듯 하다.

깨알 같은 글씨가 가득한 안내판을 보고 있자니 소비자를 위한 것일까 영화관을 위한 것일까 의문만 커진다.

'하고도 욕먹는' 일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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