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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자는 교통비와 통신비 등을 결제하는 메인카드를 바꿨다. 각각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서였다. 사회에 첫발을 디딘 후 발급받아 수년간 메인카드 역할을 했던 카드는 책상 서랍에 넣어두고 간단한 온라인 쇼핑 등을 할 때만 이용한다.
그렇다고 기존 카드를 해지한 것은 아니다. 무이자 할부가 가능하고 기존에 모아둔 포인트 때문이다. 쇼핑을 할 때는 미리 발급 받아 둔 자주 가는 백화점 카드를 이용한다. 이 카드로 할인과 적립을 받을 수 있다. 지갑은 다소 뚱뚱해졌지만 카드 명세서 속 할인 내역을 챙겨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기자의 지인은 한 술 더 뜬다. 기자에게 메인카드를 교체해 할인혜택을 챙기라고 조언해준 지인이다. 그는 다이어리 한 쪽에 시중에 출시된 카드들의 혜택을 빼곡하게 정리해 놓는 정성을 보이기도 한다.
최근엔 카드 사용내역을 자동으로 정리해 주는 애플리케이션도 다운받아 사용 중이다.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한도까지만 카드를 사용하기 위함이다. 한도를 채우면 다른 카드를 사용해 할인혜택 폭을 늘린다.
나름 현명하게 카드생활을 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기자와 비교했을 때, 한달 지출 내역과 사용처 등은 유사하지만 할인내역은 2~5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번잡스럽고 제법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작업이지만 마다하지 않는 이유다.
업계에선 카드 혜택만 쏙쏙 가져가는 소비자들을 '체리피커'(Cherry Picker)라고 부른다. 접시에 섞여 담긴 신포도와 체리 중 달콤한 체리만 집어먹는 '얄미운' 이들을 빗댄 표현이다.
'체리피커'는 업체 입장에서 봤을 땐 곱게 보여질 리 없는 소비자군이라는 얘기다. 혜택만 챙겨 기업의 수익에 도움을 주지 않아서다.
모 카드업체 관계자는 "고객들이 이용한 할인혜택을 카드사들은 가맹점에 일부 또는 전액을 지불해야 한다"며 "고객이 할인을 받을수록 카드사의 영업수지는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드사들의 혜택을 면밀히 살펴보면 체리피커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납득되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할인혜택을 넣어 혜택폭이 넓은 양 과시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혜택을 강조한 후 슬그머니 축소시키는 사례도 있다.
오히려 체리피커들의 출생 배경에 카드사들의 회원수에만 집착하는 과도경쟁이 있는 셈이다. 이러한 과도경쟁은 과소비를 조장하거나 회원 모집비용만 늘어나게 할 뿐이다.
반면 소비자들은 똑똑해져 가고 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점점 더 많은 체리피커들을 양산할 것이다.
이젠 카드사들이 변해야 한다. 체리피커들을 '눈에 가시'로 여길 것이 아닌 새로운 소비자군으로 수용해야 한다.
체리피커들이 카드뿐만이 아니라 관계사 은행으로 거래 영역을 넓힌다면 이들은 회사 전체의 이익으로 갈수 있는 잠재 소비자군이 된다. 여기에 매달 고정적으로 실적을 내고 있으니 충성도가 높은 고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결정은 카드사가 할 차례다. 2002년 카드대란 당시 할인서비스만을 강조하다 체리피커로 인해 영업적자가 급증했던 악몽을 되풀이 하든지 공존의 방법을 모색하든지 말이다.
컨슈머타임스 김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