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류열풍과 '바가지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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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류열풍과 '바가지 코리아'
  • 강윤지 기자 yjkang@cstimes.com
  • 기사출고 2012년 04월 02일 0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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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일본인 지인이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서울시내 유명 재래시장을 찾았다가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놀랐다고 하소연했다. 보통 3만원 대에 판매되는 인삼 캡슐 제품을 10만원대로 판매하려 했다는 내용이었다.

지인은 이외에도 택시비, 음식값 등 바가지를 쓴 사연들을 줄줄이 쏟아냈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관광수입 120억 달러 시대가 열렸다. 한국 드라마에서 K팝으로 이어진 '한류열풍' 덕분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서비스·제조분야 300개사를 조사한 결과 '한류 덕에 매출이 늘었다'는 기업이 전체의 51.9%를 차지했다.

국제선을 찾는 이용객 역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월 국제선 이용객은 375만명으로 전년도 동기 대비 약 44만명이 늘었다. 국토해양부는 봄방학과 한류열풍으로 인해 한국 관광수요가 급증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런 '한류'가 '혐한류' 역풍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한국 내 외국인 소비자들을 겨냥한 '바가지 상술'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

한국관광공사에 접수된 불편신고 사항은 지난 2008년 526건에서 2009년 640건, 2010년에는 697건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외국인 소비자들은 쇼핑이나 택시 탑승 시 '바가지 요금'에 대한 불만을 가장 많이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사정에 어두운 외국인들은 바가지 가격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관광불편신고센터가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외국인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은 미흡한 상황이다. 관계부처는 현장 적발이 어려워 단속이 쉽지 않다는 핑계만 대고 있다. 그나마 서울시가 '콜밴 불법 영업' 근절에 나선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까. '한류'의 이면에 드러난 새까만 속을 다시 보고 싶은 외국인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실제 일본과 중국 등 여행관련 커뮤니티에는 한국의 바가지 요금 등을 조심하라는 후기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수년째 같은 문제가 반복되면서 어느새 '바가지 한국'이라는 불명예를 얻은 건 아닌지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류열풍 포장하기'에 열을 올릴 시기는 지났다. 이제는 외국인 소비자를 통해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힘을 써야 한다. 관광객을 '봉'으로 생각하는 얌체 업자들에 대한 처벌 기준을 마련하고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에서 '바가지' 걱정 없는 정직한 소비 생활이 보장될 때야 비로소 외국인 소비자들의 발길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컨슈머타임스 강윤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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