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재건축 조감도.[서울시]](/news/photo/202506/653120_570074_3846.jpeg)
컨슈머타임스=김동현 기자 | 서울 강남권 핵심 재건축 단지 중 하나로 꼽히는 강남구 압구정 2구역의 시공사 선정 구도에 큰 기류의 변화가 발생했다. 당초 예상된 업계 1·2위간 '빅매치'가 삼성물산의 불참 선언으로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이 단독 입찰에 나설 경우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사에 선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압구정 2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절차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관심을 모았던 삼성물산은 내부 검토 끝에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은 최근 몇 년간 재건축 시장에서 '선별적 수주' 원칙을 유지하며 신중한 접근을 이어왔는데, 이번 불참 선언 역시 이러한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물산 측은 불참에 대해 "수익성, 사업 안정성,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며 "압구정 2구역의 까다로운 조건과 조합원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한 내부 판단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물산은 압구정 2구역 조합원들을 위한 홍보관 운영을 비롯해 다양한 홍보활동을 펼치며 입찰에 나설 가능성을 높인 바 있지만, 과감하게 철수를 선언하면서 다른 강남권 재건축 단지로의 '선택과 집중'을 한 것 아니냐는 업계의 분석도 나온다.
현재까지 현대건설 외에 별다른 수주 의향을 밝힌 건설사가 없는 상황인 만큼 '단독 입찰, 수의계약, 시공사 선정'으로 이어지는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시공 능력과 브랜드 파워를 동시에 갖춘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맞붙을 경우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주요 입지의 사업장에선 경쟁입찰이 펼쳐진 만큼 압구정2구역 또한 양 사의 경쟁이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였다.
특히 올해 초 벌어진 양사의 한남4구역에서의 대결 이후 두 번째 만남으로도 건설업계의 시선이 쏠리기도 했다.
두 회사 모두 강남권에서 다수 실적을 갖췄고, 기술력과 브랜드 프리미엄을 두루 갖추고 있어 승리의 향방은 예상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많았다. 하지만 삼성물산의 불참으로 인해 이 같은 경쟁 구도는 사라졌고, 현대건설의 '무혈입성'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현대아파트'라는 상징성을 내세우며, 압구정 2구역 수주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디에이치' 브랜드를 앞세운 고급화 전략과 일대 현대백화점까지 포함한 정비사업 계획안을 내놓으며 조합원들에게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건설업계 한 전문가는 "현대건설이 단독으로 입찰하게 되면, 조합은 조합원 총회를 통해 수의계약 안건을 의결한 후 시공사를 결정할 수 있다"며 "경쟁 구도가 사라진 만큼 조합과 현대건설 간 협상 조건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압구정 2구역은 한강변에 인접한 최상급 입지를 기반으로 올해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곳이다. 총 1400여 가구 규모로 압구정 주요 구역 가운데서도 사업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3.3㎡당 일반분양가 1억 원 이상'이 거론될 정도로 고급화를 지향하는 조합의 사업 기조에 걸맞은 시공사 선정이 관건이었다.
일각에서는 향후 또 다른 대형 건설사가 돌연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신중한 시각도 있다. 그러나 압구정 2구역 조합이 까다로운 조건과 고급화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만큼,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회사가 또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이미 현대건설이 오랜기간 공을 들여온 만큼, 후발주자로서 펼칠 경쟁은 어떤 회사라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경쟁입찰이 사라지는 시장 분위기지만, 압구정 2구역이라는 초대형 사업장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사실상 현대건설의 독주체제가 만들어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압구정 2구역의 시공사 선정 결과가 향후 재건축을 추진할 압구정 다른 구역에도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많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며 "삼성물산의 불참은 예상치 못한 전개인 만큼 앞으로도 어떤 변수가 발생할 지도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