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동현 기자 |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주요 지역을 대상으로 토지거래허가제(이하 토허제) 구역을 지정했지만, 제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최근 토허제 구역으로 재지정된 서울 강남·용산 일부 지역에서는 1억원대 아파트는 규제 대상이 되지만, 50억원이 넘는 연립 등 고가 주택은 규제를 피해가는 현상이 이어지며 형평성 논란이 불붙고 있는 것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은 이러한 논란이 일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용산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개발 △용산정비창 복합개발 등으로 꾸준한 관심을 받으며 투기 우려를 이유로 토허제 구역으로 재지정된 상태다.
실제 최근 한남동에서 거래된 50억원대 고급 연립주택은 상업지역 혹은 면적 기준 미충족으로 허가제 적용을 받지 않았고, 법인 매수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용산 대표 고급 주거단지인 '한남 더힐'의 경우엔 연립으로 건축물 대장에 등록된 8개 동은 토허제를 적용받지 않는 것이 대표적이다.
반면, 아파트로 분류된 나머지 동에 대해선 토허제가 적용되면서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높은 가격에 같은 입지에 있더라도 용도지역이나 면적 기준에 따라 규제를 받지 않는 셈이다.
한남동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한남 더힐 연립동은 허가 없이 현금 거래가 바로 진행된다"며 "규제를 피해가기에 부르는 게 값이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토허제 구역 지정으로 인해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받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실제 용산 도원동 도원아파트의 경우 2025년 공시가격이 약 1억원에 불과하지만, 5층 이상 '아파트'로 분류돼 토허제 대상이 됐다. 또 인근 제일아파트, 대성아파트 등 저가의 아파트들도 규제 대상에 포함되며 실거래를 포기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규제의 적용 방식이 가격이 아닌 '면적'과 '용도지역'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실수요자들의 발목을 잡는 역효과가 나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에선 현행 제도의 허점을 지적하면서 보다 정교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부동산 업계 전문가는 "현재 방식은 지역과 면적만을 기준으로 하고, 무엇보다 아파트만 규제 대상에 놓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존재한 것"이라며 "투기 억제를 명분으로 실수요를 억제하면서 정작 고가 주택은 놔두는 방식은 정책 효과를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어 "토허제가 투기 억제를 위한 목적인 만큼 아파트라는 주택 형태와 면적 기준을 넘어 가격, 거래 패턴, 보유 기간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한 핀셋형 규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