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예령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약가 인하' 정책을 재추진하면서 국내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산업이 직접적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 견제 흐름 속에 한국이 바이오 생산 대안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쏠린다.
정이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CDMO와 조선의 공통점' 보고서에서 "미국 약가 구조 개편 정책은 단순한 가격 통제를 넘어 제약산업 구조의 재편과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중심의 생산·유통 생태계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국내 CDMO 산업은 수혜 산업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1기에서 끝내 실현하지 못한 약가 인하 정책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최혜국(MFN) 약가 인하'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이는 미국 내 처방 의약품 가격을 선진국 수준으로 인하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해당 행정명령에 따라 제약사에는 30일 내 최혜국 약가 목표가 통보되며 환자가 중간 유통업체(PBM)를 거치지 않고 제약사로부터 직접 약을 구매할 수 있는 유통 채널을 새롭게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PBM은 보험사 고용주를 대신해 의약품 구매 및 가격 협상, 약국 정산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중간관리자다.
정 연구원은 "이번 행정명령으로 처방 약 가격이 50~80%로 인하될 가능성이 있으며, 미국 내 의약품 유통 시스템 전반에도 구조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특히 PBM의 영향력이 약화할 경우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침투율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오시밀러를 의료비 절감의 핵심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만큼 승인 절차 가속화와 처방 확대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울러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 바이오의약품 평가 연구센터(CBER) 신임 국장으로 비나이 프라사드 박사가 임명된 것도 이 같은 정책 방향성을 뒷받침한다. 그는 바이오의약품에 대해 엄격한 기준 제정을 요구해 온 인물로, 미국 정부가 외형 성장을 추진하면서도 품질 및 안전성을 강화하려는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 연구원은 "외형 확장과 엄격한 내부 기준이라는 공존하기 어려운 기준점을 제시한 미국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의 전략적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며 "국내 CDMO 산업은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기술력을 확보해 가장 직접적인 낙수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바이오의약품은 복잡한 공정 기술, 안정적인 스케일업 능력이 요구되므로 전문성과 설비를 갖춘 CDMO 기업의 시장 입지는 앞으로 강화될 것"이라며 "또 미국 내 약가 인하 압력이 커질수록 제약사들은 고정비 감소 등 비용 효율화 전략을 공격적으로 펼치기 위해 생산 경쟁력이 높은 한국 시장으로의 아웃소싱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미·중 무역 갈등도 한국 CDMO 산업 성장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바이오산업 내에서 중국은 한국, 일본보다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한 국가"라며 "미국은 중국의 바이오산업 성장을 경계하기 시작했고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국가는 한국이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도, 일본, 대만이 한국을 쫓아 중국의 대안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까진 한국이 확보한 기반 시설과 환경이 가장 유리하다"며 "특히 한국의 위탁생산(CMO)·CDMO 분야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