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통상압력·中기술추격 공통과제…양국 확실한 토대 만들어야"

컨슈머타임스=이승구 기자 | 한국과 일본의 경제인들이 양국의 경제협력을 확대하고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양국 경제인들은 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7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 더 넓고 더 깊은 한일협력'이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공동성명에는 △신뢰의 구축과 발전 △경제 연계 확대 △CPTPP의 활용 △교류의 확대 등 4개 부문 합의가 담겼다.
양측은 공동성명에서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계기로 양국 경제인은 서로 간에 쌓아온 신뢰와 우정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한일과 세계의 빛나는 미래를 위해 혁신적으로 제휴·협력해나가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경제 연계 확대와 관련해선 "한일은 동아시아의 이웃 나라인 동시에 자유와 민주주의의 이념을 공유하며 비즈니스에 있어서는 경합과 상호 보완 관계에 있다. 나아가 여러 공통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한일협력은 필연적"이라고 강조했다.
협력 분야로는 △탄소중립과 수소 사회 실현 △AI(생성형)·반도체 연계 협력 △바이오·헬스케어산업 육성 △공급망 강화 △에너지 확보 등이 명시됐다. 또 저출생·고령화를 비롯한 사회과제 대응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양국 경제인들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미중 갈등에 대한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한편, 국제질서의 대전환과 통상전쟁 등으로 인해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양국이 연대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측 단장인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삼양홀딩스 회장)은 이날 공동성명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 새 정부의 통상 압력, 중국의 기술 추격은 한국과 일본의 공통 과제"라며 "미국 통상압력에 공동 대응하면 어떻겠느냐는 의견도 일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김 회장은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인 공동 대응 방안이 다뤄지진 않았다면서 "산업별로는 긴밀한 정보 교환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일본 측 단장인 아소 유타카 일한경제협회 부회장(아소시멘트 회장)도 "양국 모두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아메리카 퍼스트라든지, 그로 인해 중국이 더 강력한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며 "한국과 일본이 경쟁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확실한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양국 경제인들은 "한일 경제계의 연계·협력 실현을 위한 환경 정비로서 선행적으로 관련 단체와 협력해 한국의 CPTPP 가입을 위한 활동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CPTPP는 지난 2018년 출범한 인도·태평양 무역 협정이다. 호주, 캐나다, 일본, 영국, 멕시코, 베트남 등 12개국이 참여했다. 2019년 기준 전 세계 무역 규모의 15.2%를 차지한다.
김 회장은 "양 국가 간 FTA(자유무역협정)는 여러 문제가 걸려있어 타결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복잡하기 때문에 CPTPP를 우선 진행하고, 장기적으로는 경제연합체를 만들어야 하지 않냐는 얘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아소 부회장도 "FTA는 그다음 단계로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아소 부회장은 한국 차기 정부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묻자 "한일 관계를 중시하고 개혁을 추진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양국이 힘을 합친다면 큰 영향력을 낼 수 있기에 양국의 연계를 강화하자는 메시지를 새 정부에서 발신해주시면 좋겠다"고 답변했다.
양국 경제인들은 교류 확대와 관련해선 "국경 없는 인적 왕래를 실현하기 위해 출입국에 필요한 절차의 간소화와 폐지를 요망하고 진척을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