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건설 텃밭은 옛말'…'네옴시티 사업 표류'에 업계 향방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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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건설 텃밭은 옛말'…'네옴시티 사업 표류'에 업계 향방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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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옴시티 옥타곤 조감도.[네옴시티]
네옴시티 옥타곤 조감도.[네옴시티]

컨슈머타임스=김동현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 중인 대규모 미래형 신도시로 기대를 모았던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향방이 안갯속으로 빠졌다.

약 1경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국내 건설사들의 대형 일감 확보가 기대됐으나,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수주한 터널공사 외 수주실적이 전무하다.

이마저도 발주처의 요청으로 사업이 지연되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텃밭으로 기대됐던 과거의 분위기와 사뭇 다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세계 최대 석유기업 사우디 국영 아람코가 원유 가격 하락 여파로 재정 압박을 받으면서 대규모 자본이 들어가는 네옴시티 프로젝트도 난항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람코는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한 순이익을 기록하며 수익성이 대폭 낮아졌다. 글로벌 불확실성에 따른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원유 판매를 통해 얻는 수익이 낮아진 데다, 공급 과잉까지 겹치면서 시장 상황 또한 비우호적으로 조성되고 있어서다.

아람코의 실적 부진으로 사우디 정부의 자금 조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사우디 정부 국부펀드(PIF)가 아람코의 지분을 97% 이상 보유하고 있어 아람코의 실적부진은 고스란히 정부의 주머니 사정 악화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사우디는 석유 위주의 수익구조 다각화를 위한 경제 개혁안을 발표한 바 있다.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1조5000억 달러 규모의 '비전2030'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인데, 이 중심이 바로 네옴시티 개발 프로젝트다.

사막 지역에 미래 도시를 건설하는 네옴시티 개발은 일자형 신도시 '더 라인'을 비롯해 '신달라', '옥사곤', '트로제나' 등 휴양, 비즈니스 허브 등 기능적인 요소들을 마련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친환경 도시를 지향하는 네옴시티는 사우디 정부의 비전2030의 핵심 과제로 꼽히며 세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국내 건설기업들 역시 네옴시티발 일감 확보를 기대하며 장밋빛 미래를 그려왔다.

그러나 사우디 정부의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기고, 국제유가 하락과 건설비 상승 등 악재가 겹치면서 기류가 묘하게 흐르고 있다. 네옴시티 수주 초반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수주한 2조3000억원 규모의 고속철도 터널 공사인 '더 라인' 프로젝트 외에는 별다른 수주실적이 없다.

게다가 사우디 정부가 '2030년 엑스포'와 '2034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등 대형 이벤트 유치에 성공하면서 이들 행사를 네옴시티보다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당초 지난해 네옴시티발 입찰 릴레이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 국내 건설업계의 기대와는 사뭇 다른 행보다.

네옴시티 더 라인 조감도.[네옴시티]
네옴시티 더 라인 조감도.[네옴시티]

최근 네옴시티 협력사로 현지에 진출한 시멘트 기업 성신양회의 철수가 이러한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성신양회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프로젝트에 시멘트를 공급하는 기업으로 네옴시티에 진출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사업의 진행이 더뎌지면서 철수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역시 현지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아직까지 이러한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다만 업계에선 네옴시티발 일감 확보가 사실상 어려워진 가운데 국내 건설기업들의 기조에도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처음 진행될 당시부터 어려운 개발사업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아 2030년 준공이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면서 "여기에 사우디 정부의 우선순위 변화 움직임까지 감지되면서 사실상 2030년 준공은 불가능한 프로젝트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 일감을 기대한 국내 건설사들의 경우 2030년이 아닌 더욱더 장기적인 호흡으로 시장을 바라봐야 할 때가 왔다"면서 "이미 일부 기업들이 네옴시티가 아닌 엑스포와 월드컵 경기장 관련 일감확보를 위한 준비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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