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곽민구 기자 | 카카오가 포털 '다음(Daum)' 서비스를 담당하는 콘텐츠 CIC(사내 독립 기업)를 분사한다. 다음 사업 부문이 사내 독립 기업 형태로 출범한 지 2년 만에 별도 법인으로 독립하게 된 것이다.
인공지능(AI) 도입으로 검색 시장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다음이 홀로서기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카카오는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콘텐츠 CIC 분사에 관한 의결을 진행했다.
다음을 담당하는 콘텐츠 CIC는 카카오에서 분사돼 '다음 준비 신설법인'을 설립한다. 신임 대표로는 양주일 현 콘텐츠 CIC 대표를 내정했다.
이에 따라 다음은 2023년 5월 다음 사업 부문이 사내 독립 기업 형태로 출범한 지 2년 만에 별도 법인으로 독립하게 됐다. 신설법인은 카카오의 100% 자회사다.
신설법인은 독자적인 경영 구조 기반으로 효율성을 높이고 사업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숏폼, 미디어, 커뮤니티 등 다음이 가진 자산을 활용해 다양한 실험에 도전하는 동시에 AI, 콘텐츠 등 카카오와의 시너지를 이어간다.
신설법인으로 이관되는 사업은 현재 콘텐츠CIC에서 운영 중인 다음메일, 다음카페, 다음검색, 다음뉴스, 다음쇼핑 등의 서비스다. 신설법인이 해당 서비스를 운영 대행하는 형태로 이어가면서 올 연말까지 영업 양수도를 완료할 계획이다.
양주일 다음 준비 신설법인 대표 내정자는 "심화되는 시장 경쟁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첫 발걸음을 뗐다"라며 "더욱 빠르고 유연한 의사결정 구조 하에 포털 다음의 재도약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새로운 실험과 도전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다음이 홀로서기에 성공할지 주목하고 있다. AI 도입으로 치열해진 검색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이다.
웹로그 분석사이트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다음의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은 3.07%다. 네이버(60.34%), 구글(31.66%)에 크게 뒤처진 4위다.
특히 매출도 과거보다 감소했다. 2022년 4분기부터 포털비즈의 매출은 1000억 원 아래로 내려앉았고, 다음 사업 부문이 사내 독립 기업이 된 직후인 2023년 3분기 포털비즈의 매출은 832억 원이었다.
네이버와 함께 국내 포털 산업의 양대 축을 형성하며 시장을 이끌어 왔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다음을 매각할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지난 3월 13일 양주일 콘텐츠 CIC 대표가 직원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타운홀 미팅에서 다음 분사 계획을 알린 이후 당시 카카오 공동체노동조합 크루유니언(전국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은 카카오 판교아지트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상 매각이라며 반발했다.
다만 카카오는 다음 자체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며, 분사 역시 독립 법인으로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일 뿐이라고 이후 상황에 대해 선을 그었다.
정신아 대표는 지난 3월 주주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시점에서는 매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있는 카카오가 다음을 주요 사업으로 여기지 않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매각을 검토할 것이라는 시선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AI 이전부터 구글이 검색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왔다"라며 "AI가 일상생활에 더 스며들수록 다음이 포털로서 영향력을 늘리기 쉽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