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곽민구 기자 | '고대역폭 메모리'(HBM) 업계 1~3위 간의 경쟁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업계 3위 미국의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HBM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업계 1·2위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바짝 뒤쫓고 있고, 삼성전자는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모든 힘을 모으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HBM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그룹 총수가 움직이고 있다.
현재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에도 HBM에 대한 수요와 기대치가 갈수록 커지는 만큼 향후 이들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마이크론은 최근 엔비디아로부터 HBM 3E(5세대) 12단 제품의 퀄(품질) 테스트를 통과하고, AI(인공지능) 가속기 '블랙웰 울트라(GB300)'에 탑재할 제품 양산에 돌입했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HBM3E 12단의 대량 양산을 시작했고, 용량과 수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라며 "올해 하반기에는 HBM3E 12단이 출하량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HBM3E 12단은 엔비디아의 GB300에 맞춰 설계됐다"라며 "HBM에 대한 고객 인증에서 좋은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마이크론이 HBM 경쟁력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회사가 현재 시장 주류 제품인 HBM3E 12단을 엔비디아에 공급한 두 번째 업체로 거듭난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다.
시장 조사 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2.5%로 1위를 차지했고, 뒤이어 삼성전자(42.4%), 마이크론(5.1%) 등의 순이었다.
마이크론은 올해 HBM 점유율을 20%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하며 생산능력 확대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HBM 시장에서 좀처럼 기를 펴지 못했던 마이크론이 꿈틀거리면서 업계 1·2위인 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혔던 HBM에서의 입지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을 전영현 부회장으로 교체하면서 반등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전 부회장은 지난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로 입사한 '반도체 전문가'다.
삼성전자는 전 부회장을 필두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뺏긴 HBM에서의 영향력을 키울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HBM에서의 압도적 수위 자리를 수성하겠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주요 고객사들에 AI용 초고성능 D램 신제품 HBM 4 12단 샘플을 제공했다. 샘플을 공급했다는 것은 제품 개발이 상당 부분 완료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22년 'HBM 3'을 시작으로 2024년 HBM 3E 8단·12단도 업계 최초 양산에 연이어 성공하는 등 HBM 제품의 적기 개발과 공급을 통해 AI 메모리 시장 리더십을 이어가고 있다.
HBM4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면서 AI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SK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 앞장서서 HBM 입지 강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최 회장은 최근 대만 TSMC와 만나 HBM 등 AI 반도체 분야 협업을 논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샘플을 공급한 만큼 한발 앞선 상황이라고 봐도 된다"라며 "다만 삼성전자의 상황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만큼 향후 전개를 지켜봐야 하고, 마이크론도 HBM에서의 경쟁을 천명한 만큼 앞으로 치열하게 맞붙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