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배달'의 역풍…외형 키운 배민, 수익성은 '벼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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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배달'의 역풍…외형 키운 배민, 수익성은 '벼랑 끝'
  • 안솔지 기자 digeut@cstimes.com
  • 기사출고 2025년 04월 08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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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지난해 배달업계를 휩쓴 '무료배달' 출혈 경쟁이 '수익성 악화'라는 결과로 돌아오고 있다.

코로나19 호황기를 거쳐 시장 성장이 둔화된 상황에서 이러한 소비자 유치 경쟁이 지속될 경우 더 이상의 수익성 신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서 생존을 위해 내건 '필승카드'가 되려 플랫폼의 지속가능성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배달앱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대표 김범석)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4조3226억원으로 전년 대비 26.6% 성장하며 외형을 키웠다. 반면 영업이익은 6408억원으로 전년 대비 8.4% 줄어들며 역성장했다.

주력 사업인 푸드 딜리버리 서비스와 배민B마트, 장보기·쇼핑 등 커머스 서비스가 성장세를 유지하며 매출 성장을 견인했지만, 외주용역비 등 영업비용이 치솟으면서 수익성이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배민의 외주용역비는 매출의 절반 이상 규모인 2조2369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73.4%가 늘어 매출 성장률을 크게 상회했다. 외주용역비는 라이더 배달비 등을 가리키는 비용이다. 외주용역비 상승의 영향으로 배민의 영업비용은 3조6818억원으로 전년 대비 35.6%가 늘었다. 

무료배달을 통해 소비자가 유입되며 매출이 약 8000억원 가량 늘었지만, 관련 비용도 1조원 가량 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무료배달이 늘어날수록 매출이 증가하지만, 비용은 더 늘어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플랫폼 자체배달에서 무료배달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선 소비자가 부담하던 라이더 비용을 플랫폼이 대신 지급해야 한다"며 "매출이 늘어도 수익성이 감소한다는 것은 매출 증가 속도보다 비용 증가 폭이 더 크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쿠팡이츠의 실적을 따로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쿠팡도 지난해 매출은 302억6800만달러(약 44조3214억원)로 전년 대비 29%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4억3600만달러(약 6384억원)으로 2.4% 감소했다. 

요기요를 운영하는 위대한상상도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7% 늘어난 2752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431억원에 달했다. 

이는 해외 배달 플랫폼 실적과 뚜렷이 대조된다. 

미국 최대 음식 배달 플랫폼 '도어대시' 매출은 107억22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4% 이상 증가했고,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비타)은 19억달러로 59.7% 늘었다. 우버이츠 역시 매출은 137억5000만달러로 같은 기간 12.7% 늘었고, 에비타는 24억7100만달러로 전년 대비 64.1%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배민과 마찬가지로 아시아를 기반으로 한 '메이투안'(중국)은 지난해 매출이 3376억9158만위안, 영업이익은 368억4496만위안으로 전년 대비 각각 22%, 174.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남아를 기반으로 한 '그랩푸드' 역시 매출은 14% 증가한 14억9300만달러, 에비타는 140% 증가한 1억96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해외 배달 플랫폼들의 이같은 성장 배경으로는 상대적으로 고가의 구독제를 통한 로열티 강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월 9.99달러를 내야하는 우버+우버이츠의 멤버십 서비스 '우버원'은 지난해 말 가입자 수가 전년 대비 60% 늘어난 3000만명을 기록했다. 도어대시와 그랩 역시 월 9.99달러의 유료 멤버십을 운영 중이다. 

이에 반해 국내 멤버십 요금제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배민클럽과 요기패스의 월 구독료는 각각 1900원, 2900원이다. 쿠팡이츠 서비스가 포함된 쿠팡 와우멤버십은 7890원이다.

하지만 해외 플랫폼처럼 수익성을 위해 요금제 가격을 올리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격 경쟁에서 밀릴 경우 소비자 이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쿠팡 역시 지난해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월 구독료를 인상하면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쿠팡이츠·쿠팡플레이·로켓배송 등 다양한 멤버십 혜택으로 강력한 '락인효과'를 발휘하면서 고객 이탈은 크지 않았지만, 배민·요기요는 경쟁력 유지를 위해 요금제를 낮추는 선택을 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시장 성장이 둔화된 상황에서 배달업 업체들이 수익성을 개선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소비자 유치를 위한 업체 간 출혈 경쟁과 대형 프랜차이즈 중심의 이중가격제 도입 확대 등을 문제로 꼽았다. 

또 다른 업계의 관계자는 "결국 소비자의 주문을 늘려나가야 업주도 매출을 올릴 수 있고, 배달 플랫폼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성장세가 둔화된 시장에서 무료배달은 물론이고, 각종 소비자 할인 등 경쟁을 벌이며 소비자 주문을 가지고 오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배달앱 이중가격제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배달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배달앱 입장에서는 소비자 주문 확보에 더욱 비용을 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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