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강나연 기자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 자동차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한국GM 철수설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GM은 국내 생산량의 대부분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어 큰 타격이 예상된다. 본사인 제너럴모터스(GM)도 지난 1월 "공장 이전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서밋'에서 "앞으로 한 달 안에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목재 등에 대해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14일 백악관 행사에서도 "수입차 관세 도입은 4월 2일께 내놓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25% 관세가 현실화되면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특히 국내 완성차 업체 중 한국GM은 생산량의 90%를 미국으로 수출하는 만큼 관세 부과 시 타격이 크다.
이로 인해 GM 본사가 한국 공장의 철수 여부를 재검토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
폴 제이콥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29일 가진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단기적으로 GM은 많은 자본이나 공장 증설 없이도 관세 영향에 대응할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관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면 공장 추가 투자 등에서 많은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 다른 콘퍼런스에서 "GM은 이미 해외공장의 재고를 30% 이상 줄였다"며 "단기적으로는 기존 공장의 생산을 전환해 관세 효과에 대응할 능력을 갖췄지만, 관세가 영구화되면 공장 이전 여부와 생산 할당 정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현실화되면 GM이 한국에서 철수할 명분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한국GM은 국내 시장보다는 수출 의존도가 높아 당장 철수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GM은 생산량이 낮거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시장에서 구조조정을 단행해왔다.
지난 10년 동안 △호주 △태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10여 개국에서 공장을 철수했다. 한국에서도 지난 2019년 군산공장을 폐쇄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부 교수는 "GM은 언제든지 철수해 전체적인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가진 기업"이라며 "이미 연구개발 법인을 분리한 만큼 남은 것은 공장 철수뿐"이라고 밝혔다.
또한 "부평2공장이 현재 가동되지 않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GM이 철수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며 "노사 갈등이 발생하면 이를 빌미로 삼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8년 한국 정부 및 산업은행과 맺은 '10년 철수 유예' 협약도 3년밖에 남지 않았다.
당시 GM은 한국 정부 및 산업은행과 협의를 통해 "최소 10년간(2028년까지) 한국에서 철수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산업은행으로부터 8100억 원의 자금 지원을 받았다. GM은 부평·창원 공장의 운영 지속과 연구개발(R&D) 법인 설립 등을 약속했다. 산업은행은 GM이 이를 위반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계약을 체결했다.
2028년 계약 종료가 3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GM이 철수를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GM은 글로벌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국GM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전기차 생산 물량도 한국에 배정하지 않았다.
이호근 교수는 "GM이 한국에서 혜택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수익성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한국에 남을 이유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만약 한국GM이 철수할 경우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이호근 교수는 "국내 GM 협력업체들은 대부분 GM 전용 부품을 생산한다"며 "GM이 철수할 경우 협력업체 상당수가 심각한 경영난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또한 "우리나라 GDP의 10% 이상이 자동차 산업이지만, 연관 산업까지 포함하면 실질적 영향은 18~20%에 달한다"며 "GM이 철수하면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칠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