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막걸리가 'K-주류 대표주자'로의 도약에 나선다. 한국 전통주에 대한 글로벌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막걸리 업계는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전통주 수출 확대 지원을 약속하면서 막걸리의 세계화에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12일 경제장관회의에서 '전통주 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전통주 산업 육성을 위해 글로벌 홍보 및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우선 주요 외교 행사에서 전통주를 공식 건배주로 활용하고, 외교관을 대상으로 전통주와 한식 페어링 교육도 진행한다. 글로벌 판로 개척을 위해 공항 면세점 입점을 우대하고, 전통주 관련 수출협의회를 운영해 수출 마케팅 및 국가별 맞춤형 전략 수립도 지원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전통주 수출액을 현재 2000만 달러 수준에서 오는 2027년 5000만 달러(719억원)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글로벌 주류 트렌드를 이끄는 미국 시장에서의 성장이 이 같은 목표 달성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일본에 이어 국내 막걸리 수출량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주요 시장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대미 막걸리 수출액은 지난 2022년 256만 달러에서 2023년 276만 달러로 7.9% 늘었다.
이는 쌀 기반의 유산균이 함유된 건강 주류 이미지와 저도주 트렌드, 한류가 맞물리며 현지에서 수요와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통주에 대한 글로벌 소비자들의 관심과 함께 정부 지원까지 이어지면서 막걸리 업계도 해외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초록병 술' 소주와 함께 막걸리도 'K-주류 대표 주자'로 글로벌 시장에 안착시키겠다는 포부다.
지평주조는 '지평 프레시'와 '지평달밤'을 앞세워 미국 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두 제품은 지평주조의 시그니처 '지평생막걸리'와 '보늬달밤'의 수출용 제품이다. 패키지 전면에 한글을 내세워 한국 전통 주류임을 강조했고, 국내 판매 제품과 동일한 디자인을 유지해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했다.
지평주조는 지난해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절차를 거쳐 첫 수출을 완료했으며, 지난달부터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뉴저지, 워싱턴 등 주요 도시의 아시안 마트와 식당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현재 한인이 밀집한 대도시를 중심으로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으며 향후 온라인 플랫폼과 리테일 채널로 판매망을 확대, 현지 주류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국순당은 미국·일본·중국 등 60여개 국가로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교민이 많은 지역의 한인매장이 주요 거래처였으나, 최근에는 현지인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로컬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순당 생막걸리'는 지난 2009년 생막걸리로는 국내 막걸리 업계 최초로 미국에 수출된 이후 꾸준하게 해외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1000억 프리바이오 막걸리'는 건강 기능성을 고려한 유산균 제품 시장의 확대에 힘입어 수출 효자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이밖에 백세주와 증류소주, 법고창신 브랜드 등도 해외에 선보이고 있다.
국순당은 2020년 전통주 업계 최초로 '5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 이후 1년 만인 2021년에 '7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국순당은 기존 막걸리를 비롯해 새로운 컬래버 막걸리와 증류소주, 프리미엄 전통주 등의 수출도 확대해 세계 시장에 우리나라 전통주의 매력을 지속 알려나갈 계획이다.
배상면주가는 미국·일본·호주·말레이시아·이탈리아 등 11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미국 와인앤모어, 몽골 이마트 등에 입점해 있으며 라쿠텐 재팬과 아마존 재팬 등 온라인으로도 판매하고 있다. 오는 4월에는 일본 이온그룹의 이온 리큐어(aeon liquor)에도 입점할 예정이다.
주요 수출 품목은 '늘봄막걸리' 3종, 심술, 빙탄복 등이다. 최근 '느린마을 방울톡'은 일본 라쿠텐에서 데일리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제품은 지난해 일본 아마존 실시간 랭킹 1위를 기록하는 등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배상면주가는 올해 미국 중부(텍사스·오클라호마 등)와 동부(뉴욕·펜실베니아 등)를 비롯해 싱가포르, 베트남, 유럽 등지로 수출을 확대해 매출 비중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서울장수도 글로벌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해외 소비자 취향에 맞춰 '월매 복숭아맛'과 '월매 청포도맛'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며 막걸리를 K-주류 대표주자로 도약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미국·일본·중국·호주 등 30여 개국으로 장수막걸리를 비롯한 다양한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인도네시아에도 수출을 진행, 신규 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전북지역 대표 양조장 '성수주조장'은 미국 파인다이닝 업계에 진출한다. 시그니처 제품인 '딸기 막걸리'를 미국 뉴욕의 미쉐린 2스타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K-콘텐츠의 영향으로 한국 음식과 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점차 막걸리를 찾는 해외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며 "여기에 정부 지원까지 뒷받침된다면 막걸리 수출 확대와 함께 시장 활성화를 동시에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