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13일 서울 한국금융연수원에서 열린 사외이사 양성 및 역량 강화 업무협약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news/photo/202502/633858_549281_636.jpeg)
컨슈머타임스=김하은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우리금융 내 파벌문화나 어지러운 내부통제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임기를 끝까지 마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임기와 관련해서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그동안 이 원장이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에 대한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현 경영진 책임론'을 강조하며 강경한 입장을 피력해왔던 것과는 사뭇 다른 기조다.
금융권 일각에선 이 원장이 우리금융에 '면죄부'를 주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국내 20개 은행장과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은행의 내부 통제가 흐트러진 상황에서 임 회장이 갑자기 그만두게 되면 거버넌스와 관련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임 회장이 임기를 채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기회가 될 때마다 사석에서 많이 밝혀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 원장이 과거 '손태승 우리금융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으로 임 회장을 압박해 온 것과 달리 이날 돌연 임 회장의 임기 보장성 발언을 공식화하면서 우리금융은 추후 보험사 인수 등 역점 사업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이 원장은 금융지주 경영진들에게 직을 걸고 체질 개선은 물론, '환골탈태'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임 회장에게 사내 파벌문화를 비롯한 내부통제 등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라고 지시한 데는 우리금융에 대한 강경 기조가 한층 누그러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뒷받침하듯 이 원장은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좋게 나왔다고 한들 그게 앞으로 아무런 문제 없이 외연을 마음대로 확장하란 뜻이 아니고, 반대로 등급이 나쁘게 나왔다고 해서 기계적으로 다 안된다는 의미도 아니다"라는 아리송한 발언을 부연하기도 했다.
사실 이 원장은 우리금융을 향해 줄곧 각을 세워왔다. 손 전 회장 부당대출 사태가 불거진 이후 공식적인 자리에서 임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을 향해 이른바 '책임론'을 언급해왔다. 당시 금융권 안팎에선 이 원장이 임 회장에 대한 문책성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내릴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 상황이었다. 중징계는 임 회장의 사퇴까지 야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지난 14일 금융연수원에서 열린 '사외이사 양성 및 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에서도 이 원장과 임 회장 간 분위기는 업계 예상과 달리 훈훈했던 것으로 알려지며 애당초 금감원의 기조가 변화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시 이 원장과 임 회장의 회동은 금감원이 우리금융을 대상으로 부당대출 검사 결과를 발표한 직후라 불편한 기색이 전반적일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두 사람은 공식 석상에서 나란히 앉아 악수를 건네고 환담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이 원장이 임 회장 체제에 힘을 실어준 발언 이후 우리금융은 사외이사 구조 강화에 나서는 등 금감원 주요 추진 정책을 뒤따르는 모습이다.
우리금융은 최근 사외이사 7명 중 4명 교체를 단행했다. 이는 금감원의 주문에 부응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지난 13일 금융지주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사외이사의 내부통제 역할 강화를 주문한 바 있다.
다만 이 원장은 임 회장의 재임 관련 발언과 별개로 우리금융에 대한 경영실태평가는 원칙대로 엄정하게 진행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금융 거버넌스가 유지된 채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는 당위와 (우리금융이)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라며 "경영실태평가 도출 및 그 이후 이어질 자회사 편입 문제 등은 원칙대로 엄정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기업문화혁신TF와 윤리경영실 신설, 이사회 교체 등 금감원이 추구하는 내부통제 강화 의지를 피력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