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강나연 기자 | 최근 수년간 멕시코에 앞다퉈 진출하며 현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이끈 것으로 평가받는 자동차 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멕시코 관세 부과 결정으로 해법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미국 수출 비중 조정 가능성 속에 기아는 멕시코 현지와 중남미 타 국가 또는 호주 등지로 판매처를 강화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멕시코 경제부와 멕시코자동차협회(AMIA)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멕시코는 미국을 상대로 2347억 달러(328조원 상당)의 무역흑자를 달성했다.
대미 수출에서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관련 품목은 전체 대미 수출액의 27%인 1300억 달러(181조원 상당)에 이른다.
멕시코에서는 지난해 396만4012대의 자동차가 생산됐다. 이 중 70%가량은 미국에 수출된 것으로 멕시코자동차협회는 보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일본 업체들의 '멕시코 생산→미국 수출' 경향이 두드러진다.
총생산량 대비 미국 수출량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포드(93%), 도요타(93%), 혼다(88%), 제너럴모터스(GM·84%), 스텔란티스(75%) 등으로 나타났다.
멕시코에는 낮은 제조 비용에 따른 이점을 이용하려는 업체들이 소형차와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 생산 시설을 주로 갖췄다. 관세는 이들 차량의 가격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멕시코 일간 엘에코노미타는 내다봤다.
업체들은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미국 수출량 비중 감소를 예상한다고 멕시코자동차협회는 전했다.
미국 접경 누에보레온 주에 공장을 둔 기아 멕시코 법인 역시 대안 마련에 나선 상태다.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는 지난해 27만여 대의 차량을 생산했다. 이 중 62%가 미국에 수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관세 부과로 미국으로의 수출에 일부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판매처를 다각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살피고 있다.
기아 멕시코 관계자는 "멕시코 내수 판매 비중을 강화하는 한편 신차종을 활용해 중동 및 호주를 비롯한 수출지 다변화에 나설 예정"이라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유연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특히 라틴아메리카 내 인기 차종인 K3의 경우 중남미 주요국 판매 법인에서 공격적인 시장 공략을 통해 추가 수요분 흡수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멕시코시티무역관에 따르면 멕시코에서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을 생산 중인 우리 기업은 100여개 사에 달한다. 이들 업체는 기아를 주 납품처로 삼고 있다.
다만 관세전쟁으로 유탄을 맞은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다른 지역으로 수출 증가를 늘리고 있어 미국 수출 대체지역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게 불가피해 보인다.
기아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당분간 대미 수출 비중을 50%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게 업체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