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페인트 워터칼라플러스.[노루페인트 홈페이지 캡처]](/news/photo/202501/628390_543439_4416.jpg)
컨슈머타임스=김동현 기자 | 자동차 보수용 페인트 제조업체(강남제비스코㈜, 삼화페인트공업㈜, 엑솔타코팅시스템즈, 조광페인트㈜, KCC, PPG코리아)들이 노루페인트가 2022년 환경부와 체결했던 자발적 협약을 위반했다고 9일 밝혔다.
지난 12월 16일 환경부는 주요 제조업체 관계자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노루페인트의 '워터칼라플러스' 페인트 실험결과, 현장에서 유성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노루페인트에서 판매대리점에 유성수지를 대량으로 공급한 것은 유성으로 사용하는 것을 방조한 것이며, 이에 즉시 회수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청했다.
워터칼라플러스는 지난 해 3월 노루페인트가 출시한 자동차 보수용 베이스코트(차량 보수 시 마지막에 색상을 구현하기 위해 칠하는 페인트)다. 출시 당시 노루페인트는 워터칼라플러스를 수용성 페인트라고 홍보했다.
환경부는 워터칼라플러스가 실제로는 유성이라고 봐야 한다는 자동차 보수용 페인트 업계의 목소리에 따라 지난 해 8월~9월, KIDI(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 KCL(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KTR(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에 수용성 여부 확인 실험을 의뢰했다.
실험 결과 워터칼라플러스에 수용성 바인더와 전용희석제를 섞었을 경우 색상 편차가 13.7을 기록하며 확연히 다르게 보일 정도로 색상 차이가 컸다.
반면 노루페인트가 제조하는 유성수지 및 유성희석제(제품명 HQ)와 섞었을 경우 색상 편차가 0.5를 나타냈다. 색상 편차 수치가 클수록 해당 색상의 재현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결국 수용성보다는 유성으로 사용해야 정확한 색상이 구현된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또한, 해당 페인트의 색상 편차가 0.5일 때 VOCs(휘발성유기화합물)* 함량은 766g/L을 기록했으며, 이는 대기환경보전법에서 정하는 기준(200g/L)의 3.8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노루페인트가 워터칼라플러스를 대리점에 공급하면서 유성 수지와 유성 희석제를 사용하라고 권장한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져 있다.
이에 환경부는 간담회 자리에서 자발적 협약 제8조에 따라 노루페인트에 유성으로 판단되는 워터칼라플러스를 전량 회수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노루페인트와 함께 시장에서 편법으로 유성 조색제, 유성 수지를 제조하여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니온플러스와 ㈜씨알엠에 대해서도 향후 꼼수 유통 근절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들은 "편법/불법적인 자동차 보수용 유성 페인트 유통은 시장 질서를 심각하게 교란하고 있다"면서 "법이 정하는 바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 페인트 제조업체와 이를 유통하는 판매대리점이 피해를 보고 있으며, 법의 허점과 어려운 단속 현실을 악용하고 있는 일부 제조업체와 판매대리점이 이익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페인트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자동차 보수용 시장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던 일부 업체의 유성 베이스코트 판매가 증명된 것"이라며 "이번 결과로 노루페인트는 그린워싱 논란에도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한 관계자는 "노루페인트는 이처럼 뒤로는 불법/편법적인 일을 자행하면서, 앞에서는 ESG 경영평가에서 페인트 제조업계 중 유일하게 통합 A등급을 획득했다며 홍보하고 있다"며 "노루페인트가 아니라 노룰(NO RULE)페인트"라고 말했다.
유성 베이스코트 편법/불법 유통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환경부는 VOCs가 대기중으로 배출되는 것을 줄이기 위해 '대기환경보전법'을 통해 페인트의 VOCs 함유기준을 제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그 중 자동차 보수용 페인트 중 '베이스코트'는 전 세계적으로 수용화 기술이 개발됨에 따라 유성에서 수성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로 환경부는 2020년 이후부터 베이스코트 VOCs 함유기준을 420g/L → 200g/L으로 대폭 강화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의 입법예고 과정에서 노루페인트는 기술수준 도달 기간을 감안, 1년의 유예기간을 요청했고 결국 2021년 1월 1일 이후부터 강화된 200g/L 기준을 준수하도록 개정됐다.
기준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동차를 보수하는 공업사에서 유성이 아닌 수성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당시 대다수 페인트 제조업체는 수성 페인트로의 전환을 위해 공장 신설, 설비 투자, 신제품 개발 등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노루페인트, ㈜씨알엠, 유니온플러스 등 일부 제조사는 법 시행 이후에도 자동차 보수용 유성 페인트를 편법으로 유통 중이라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에 환경부는 2022년 8월 수성 페인트로의 전환 독려 및 유성 페인트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 9개 페인트 제조사와 자발적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당시 협약은 환경부장관 및 각 제조업체 대표 명의로 체결됐으나 이후에도 노루페인트, ㈜씨알엠, 유니온플러스 등 일부 업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현재까지 불법, 편법 유통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부와 자동차 보수용 페인트 업계는 여러 증거와 정황을 바탕으로 상기 업체들이 ▲페인트 제조일자를 2020년(법개정이전)으로 허위 표기해 강화된 기준(420g/L→ 200g/L) 적용을 회피(라벨 허위기재) ▲단속을 피하기 위해 제품 사양서나 라벨에는 수용성 바인더 및 전용희석제를 사용하도록 기입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영업사원이 유성을 사용하라고 권유(편법사용 유도) ▲제품라벨에 실제 용도(자동차 보수용)가 아닌 VOCs 함유기준이 높은 용도(공업용)로 표기하고 판매대리점에 납품(라벨 허위기재) ▲경쟁업체의 자동차 보수용 페인트 빈 용기(새것)를 구해 유성 제품을 재포장하여 판매(캔 갈이)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불법, 편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편, 자동차 보수용 페인트 업계는 이번 워터칼라플러스 뿐만 아니라 그 외 유성 제품에 대해 불법/편법적인 유통이 근절되도록 환경부와 적극 협조할 계획이다.
또한 노루페인트와 ㈜씨알엠, 유니온플러스는 현재 시장에서 편법/불법 유통되고 있는 제품을 회수해야 함은 물론, 이후에도 제조,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