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지훈 기자 | 엔비디아의 주가가 하루 만에 젠슨 황 발언 이후 재료 소멸 인식 등으로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실망감을 안겼다.
시장에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엔비디아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9.29(6.22%) 떨어진 140.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CES 2025'를 하루 앞두고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8년 만의 CES 출격을 알렸다.
이 자리에서 황 CEO는 일본 완성차 메이커 토요타와 협력해 차량용 컴퓨팅 프로세서 '토르'의 차세대 칩셋을 개발했다고 밝혔고, 로봇을 미래 산업 중 하나로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자체 플랫폼 '코스모스'를 통해 AI에 기반한 로봇이 인간의 행동을 모방하고 자동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엔비디아가 다양한 산업에 AI를 접목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장에선 AI 산업의 무한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CES 2025 기대감과 파트너사인 대만 폭스콘의 기록적인 매출과 전망 발표 등에 힘입어 새해 동안(1월 2일~6일) 8.04% 급등했지만 하루 만에 상승분 대부분을 반납해야 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의 이목과 주가 반응을 집중시켰던 CES에서의 젠슨 황 연설이 기대(미래 신사업)와 실망(단기 실적 가시성 부족)을 동시에 남긴 채 종료됨에 따라 시장은 재차 'Bad is good, Good is bad' 색깔의 데이터 민감 장세로 넘어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황 CEO 발언 이후 재료 소멸 인식 등으로 엔비디아는 차익실현 압력을 받은 가운데 12월 공급관리협회(ISM)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예상보다 호조세를 보였고 11월 JoLTs 보고서상 채용공고도 큰 폭 늘어났다는 점이 금리 상승을 초래하면서 악재로 작용했다"라고 덧붙였다.

엔비디아의 급락으로 시장에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9시 24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500원(0.90%) 오른 5만5900원에 거래 중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0.41% 하락했다. 장 시작과 동시 삼성전자는 1% 이상 상승하기도 했지만 낙폭을 키우고 있다.
양사의 주가는 엔비디아의 충격을 흡수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력 기업들의 잠정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시장의 기대도 회의적이라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달러/원 환율이 미국 매크로 불안에도 145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주가 하방 압력을 제한할 것으로 보이고, 금일 발표 예정인 삼성전자 등 주력 기업들의 잠정 실적 이벤트를 소화하며 장중 낙폭 축소를 시도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장기간 주가 조정 등을 통해 선반영해 온 측면이 있고 눈높이가 낮아진 만큼 역설적으로 실적 발표 이후 악재의 기정사실화도 출현할 가능성을 열어둘 만하다고 판단한다"라며 "이번 실적을 통해 IT 중심으로 한 코스피 반등의 연속성을 확보할지 아니면 미국 고용,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매크로 이벤트와 맞물려 바이오 등 다른 업종을 중심으로 개별 순환매 장세의 성격으로 바뀔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