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하은 기자 | 정부와 금융당국이 최근 발표한 '부동산 대출 정책'이 갈팡질팡하며 혼선을 자초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불과 보름 새 서민들의 주택 구입용 대출 상품인 '디딤돌대출' 한도를 축소한다고 했다가 유예를 번복했다. 이에 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수도권 유예 뒤 다시 축소한다고 발표하는 등 혼란을 빚으면서 불신만 키웠다.
디딤돌대출은 연소득 6000만원 이하 신혼부부 등 무주택자가 5억원 이하 주택을 살 때 최대 2억5000만원을 빌려주는 이른바 '서민 대출' 상품이다. 저금리 특성상 실수요자들의 수요가 몰리면서 디딤돌대출 잔액은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가계대출 규제로 집값 안정 효과를 본 정부는 디딤돌대출 한도까지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실수요자 반발에 부딪히자 이내 곧 한도 축소를 잠정 유예했다. 신규 분양 아파트 잔금 대출을 디딤돌대출로 충당하는 것도 금지된다.
매매와 입주를 눈앞에 둔 실수요자들은 기댈 곳이 한 순간에 사라졌다. 울며 겨자 먹기로 '고금리 대출 상품'이라도 받기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발품을 팔아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가계대출 관리 기조 탓에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정부의 입장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손바닥 뒤집듯 수시로 바뀌는 부동산 정책에 실수요자들은 피로만 쌓이는 실정이다. 되레 정책 일관성 결여로 이후 정책 추진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만 높아졌다.
게다가 '신생아 특례 대출' 요건을 대폭 완화하면서 '역차별'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신생아특례 대출은 자녀를 출산한 무주택자가 9억원 이하 집을 살 때 연 1~3%대로 받을 수 있는 대출이다.
정부는 이 대출 실수요자 대상을 연소득 기준 1억3000만원에서 내달 2억원으로 확대하고, 내년부터 2027년까지는 2억5000만원으로 추가 완화키로 했다. '저출산 정책'의 일환이라고는 하지만, 아이를 낳는 고소득 부부에게 저금리 대출을 제공하면서 신혼부부는 소외시키는 아리송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정책대출은 통상 서민들의 '내집 마련' 창구로 여겨진다. 하지만 정부의 엇박자 부동산 정책은 서민들을 되레 대출 사각지대로 모는 결과를 낳았다. 정책대출의 실효성에 의문만 남겼다.
집값 안정과 출생률 제고 효과까지 한 꺼번에 누리려던 정부의 '꼼수'가 무주택자에겐 내집 마련의 기회조차 차단하는 '악수'로 작용할까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