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일 진통 끝 '배달앱 상생안' 나왔는데…'폐기·규탄' 반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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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일 진통 끝 '배달앱 상생안' 나왔는데…'폐기·규탄' 반발 확산
  • 안솔지 기자 digeut@cstimes.com
  • 기사출고 2024년 11월 15일 16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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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각사]
[사진 = 각사]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114일, 12차례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이하 상생협의체)가 '배달 중개 수수료 인하' 상생안에 합의했다. 매출에 따른 구간을 나누고, 최고 7.4%·최저 2.0%의 차등 수수료를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부 입점업체 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해당 상생안이 그대로 채택되면서 '반쪽 합의'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달의민족(이하 배민)과 쿠팡이츠는 내년부터 상생안을 이행해 나간다는 방침이지만, 상생안 반대측은 '상생안 폐기'를 주장하면서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상생협의체는 지난 1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본관에서 12차 회의를 진행했다. 

당초 상생협의체를 통해 10월까지 상생 합의안을 도출할 예정이었으나, 배민과 쿠팡 측 상생안과 입점업체 단체 간 이견이 지속되면서 거듭 합의에 실패했다. 

지난 11차 회의에서 배민과 쿠팡이츠는 마지막으로 상생방안을 제출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고, 이날 12차 회의에서는 양사가 제출한 마지막 상생안을 두고 논의를 이어갔다. 

배민은 거래액을 기준으로 △상위 35%는 중개수수료 7.8%, 배달비 2400~3400원 △중위 35~50%는 중개수수료 6.8%, 배달비 2100~3100원 △중위 50~80%는 중개수수료 6.8%에 배달비 1900~2900원 △하위 20%는 중개수수료 2.0%에 배달비 1900~2900원을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여기에 일부 전통시장에서 시범으로 중개수수료 0%를 부과하던 것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쿠팡이츠 역시 거래액을 기준으로 △상위 35%는 중개수수료 8.8%, 배달비 2130~3130원 △중위 35%~50%는 중개수수료 7.8%에 배달비 1900~2900원 △중위 50~80%는 중개수수료 6.8%, 배달비 1900~2900원 △하위 20%는 중개수수료 2.0%, 배달비 1900~2900원을 부과하는 안을 제시했다. 

해당 상생안 적용기간은 향후 3년간으로 정했다. 

[사진 = 공정거래위원회]
[사진 = 공정거래위원회]

그러나 이를 두고 일부 입점업체 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합의결과가 애초에 상생협의체가 내세운 상생협의 원칙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4개 입점업체 중 절반인 2개 업체가 반대했음에도 '날치기'로 처리됐다는 것이다. 

우선 최종 합의한 상생안에서 최고 수수료율이 7.8%에 달한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는 최초 논의 시작 전 주문 중개수수료 6.8%보다 더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15일 발표한 성명문에서 "배달앱 주문 중개수수료 인하를 위해 출발한 협의체가 수수료율을 오히려 1% 더 높이고, 배달비용도 500원 추가 인상하는 안을 도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생협의체에서 최소한의 합의를 위해 마련한 중재기준에도 못 미치는 '졸속 상생안'이라고도 꼬집었다. 

당초 입점업체가 부담하는 배달비를 현 수준인 1900~2900원 정액제를 유지하기로 했으나, 최종 상생안에서는 전체 입점업체 중 50%가량이 배달비를 200~500원 추가 부담하게 됐다는 것이다. 

또한 중개수수료 역시 '평균 6.8%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 원칙이었으나, 발표된 상생안은 배달매출이 많은 상위 35%에 대해 중개수수료 7.8%를 부과해 전체 입점업체 평균 중개수수료율이 6.8%를 상회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 모인 배달 자영업자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상생안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안솔지 기자]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 모인 배달 자영업자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상생안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안솔지 기자]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이날 성명문을 발표한데 이어 이번 최종 상생안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과 함께 국회 소통관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합의안 폐기와 재협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김영모 공정한플랫폼사장협회 회장은 "상생협의체 진행하기 전에는 수수료 6.7%에 배달비가 2900원이었는데, 이번 합의안을 보면 수수료는 7.8%, 배달비는 3400원"이라며 "협의체를 통해 중개수수료와 수수료가 오히려 올랐는데 도대체 어떤 셈법에서 나온 것이냐"고 말했다. 

이어 "(이번 합의안에) '상생'은 없고 '인상'만 있다"며 "합의안을 전면 폐기하고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세준 굽네치킨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합의안이 발표된 지난 14일은 자영업자들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진 날이나 다름없다"며 "상생협의체 출범 이후 4개월 동안 희망고문만 하더니 이제는 분노만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익위원들은 12차 회의까지 진행하면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회의에 임했는지, 어떻게 기존보다 더 후퇴된 내용을 가지고 합의라는 말을 당당하게 할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권성훈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플랫폼TF 집행위원은 "2만원 치킨 한 마리를 판다고 가정했을 때, 수수료 1% 인상분 200원과 배달료 인상분 500원을 더하면 총 700원으로 총 수수료는 3.5% 수준이 된다"며 "정부는 배민이 당초 6.8%에서 9.8%로 올린 것보다 더 높은 수수료를 상생안이라고 합의해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만5000원 밑으로는 수익이 안 나는 상황인데 자영업자들 최소 주문금액도 오르고, 이미 몇몇 프랜차이즈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배달과 홀가격 이중가격도 더욱 확산될 것"이라며 "결국 정부와 공익위원들은 불과 3년동안 유효한 합의한 것을 가지고 버티다가 다음 정부로 수수료 인상 폭탄 넘기겠다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 모인 배달 자영업자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상생안을 찢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영상 = 안솔지 기자]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도 이번 상생안을 두고 "외식 자영업자 두 번 울리는 졸속 합의"라고 규탄하는 입장문을 같은 날 발표했다. 

협회는 입장문에서 "상생협의체는 수수료 인하라는 모양새를 위해 배달앱 측의 상생안을 최종 채택했지만, 전체의 80%는 인상 이전과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욱 악화된 것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수료율 인하 폭은 미미하고 거꾸로 배달비를 올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에게 더 부담을 주는 졸속합의가 되고야 말았다"며 "이것이 수개월 간 사회적 비용을 쏟아붓고 얻어낸 결과물이라니 참담한 심정을 넘어 분노마저 불러 일으킨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배민과 쿠팡이츠는 그간 협회를 포함한 업계의 지속적 문제제기, 공정위 신고 등 어떠한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았으며, 상생회의체조차도 이러한 식으로 끝난다면 향후 더욱 횡포가 심해질 것"이라며 "국회와 정부가 수수료 상한제와 같은 입법 규제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배달플랫폼 측은 상생안 이행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배민 관계자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상생안 세부 정책을 확정하고 시스템 개발을 완료하는대로 해당 안을 이행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쿠팡이츠 관계자는 "적자 상황의 후발주자임에도 배민의 차등수수료 상생안을 바탕으로 제외되는 매장 없이 모든 자영업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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