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의 금융산책] '예적금 해지' 번거로운 우리은행…시대에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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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의 금융산책] '예적금 해지' 번거로운 우리은행…시대에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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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김지훈 기자 | '희극인'이라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제목이 '공인인증서로 청문회까지 상영된 영상!!! 드디어 폐지!!! 깔고 또 깔고'로 공인인증서를 깔기 위해 한 아재가 시름하는 모습을 담고 있는 게 주 내용이다.

문득 이 영상이 떠오른 하루를 기자도 보냈다. 최근 최대 이슈 중 하나는 '미국 대선'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시간으로 지난 5일에 선거가 진행된 만큼 앞서 우리은행에 넣어뒀던 예금도 만기 돼 '테슬라'는 리스크를 감안해야 했기에 '엔비디아'에 몰빵하기로 했다.

선거 전날 베팅을 하기 위해 새벽 증권사 앱에 접속했고 이체를 하려고 보니 계좌에 잔액이 부족하다. 이게 뭔 일인가 싶어서 보니 자동 해지가 되지 않았다. 문득 기억이 떠올랐다. 1년 전 예적금을 넣고 우리은행 관계자를 만났을 때 '왜 우리은행은 예적금 자동 해지 등록이 되지 않냐'고 물었던 그 순간이 스쳐 지나갔다. 늦은 시간이기에 다음 날 하기로 한다.

바쁜 일상을 보내고 퇴근 후 우리은행 앱에 접속해 예적금 해지 절차를 밟았다. 그런데 본인확인 절차가 끊임없이 진행된다. 본인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나니 OTP 설정을 하란다. 그 과정에서 문자·전화 확인은 물론 '신분증 촬영'과 '실시간 얼굴 촬영'까지 이뤄진다.

어떻게 해지는 성공했다. 그런데 하루에 출금이 100만원 이상 되지 않는다. 분명 1일 출금 한도를 3000만원까지로 설정했는데 되지 않는다. 또 변수를 맞았다. 미장이 열리기 전에 해결할 방법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기회는 날렸다. 예상외로 미 대선 결과는 일찍 나왔고 엔비디아는 이후 급등해 난 좌절해야 했다. 우스갯소리로 목돈을 주식에 투자할 때 지인들에게 "잘되면 은퇴 안 되면 한강 아닙니까"라는 말을 뱉곤 했는데 정말 한강을 찾고 싶을 정도로 참담했다.

결국 '비대면 가입'이라 벌어진 일인데 한번은 은행에 방문해야 했다. 우리은행은 보이스 피싱 등 예방을 위해 보안을 철저히 하는 것이라 하는데 여기에 대해 할 말이 많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자동 해지 기능 그거 하나면 끝날 일이 우리은행에서는 불가하다. 사용 중인 신한·하나은행 등 시중은행은 물론 인터넷은행들은 자동 해지가 모두 가능하다. 물론 비대면 가입자도 가능하다. '동의'에 체크만 하면 자동으로 해지 전 알림이 오고 당일 입출금 통장으로 돈이 들어온다.

반면 우리은행은 해지 전 알림만 오고 무조건 차주가 따로 해지해야 한다. 이게 시대에 맞나 싶다. 은행에서 가장 기본적인 상품이 바로 예적금이다. 그리고 고객들이 가장 많이 가입하는 상품 중 하나다. 차주들은 편리하고 안전하게 관리되기를 바라고 은행들은 가입·해지 과정을 간소화하면서 이를 현실화했다.

이런 생각까지 했다. 고객의 돈을 은행에 묶어 놓기 위한 속셈은 아닌가 하는 음모론까지 들게 했다. 왜 이런 못난 생각까지 하게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 우리은행은 거꾸로 가고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자동 해지 기능 추가 이거 하나면 끝이다.

분명 보안을 들먹일 것인데 그렇다고 다른 은행들이 보안에 취약하다고 할 수 있는가. 오히려 번거롭지 않고 편리함에 안정적이기까지 하다. 특히 토스뱅크 등은 이래도 되나 할 정도로 간소화했지만 금융 사고가 일어나느냐 말이다.

이런저런 사건으로 도마 위에 올라 어수선한 우리은행이고 더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 중인데 이런 부분에서 고객 한 명을 잃었다. 계좌엔 결국 1원도 남지 않게 됐다. 다시 거래할 마음은 없다. 우리은행은 '내 생애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랐다. 성인이 되고 대학에 입학해 처음으로 계좌를 개설했고, 첫 직장 월급통장으로 이용했기에 의미가 남달랐던 곳이다.

투자 실패로 투정하는 한 명의 고객으로 바라봐도 상관없다. 누군가는 이 흔해 빠진 기능 하나 추가하지 못하는 은행에 실망하고 떠난다. 

선택지는 많다. 우리은행은 독점 기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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