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곽민구 기자 |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SK하이닉스의 향후 전망이 밝을 것으로 보인다. 가파르게 오르던 메모리 시장이 정체하고 있지만 HBM(고대역폭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한발 앞선 경쟁력으로 향후 1년간 HBM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전망치를 종합하면 오는 4분기 HBM을 포함한 D램 평균 가격은 전 분기 대비 8~13%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범용 D램 가격이 5% 내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제 HBM 가격 상승은 2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서버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HBM에 대한 수요도 유지·상승하고 있다. '범용 D램'이나 '낸드 플래시'의 수요는 많이 정체됐지만, HBM은 내년까지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예상이다.
SK하이닉스는 범용 D램, 낸드 수요 부진 영향에도 'AI 메모리'로 각광받고 있는 HBM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바탕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특히 오는 4분기 엔비디아, AMD 등이 AI 플랫폼에 'HBM3E' 탑재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HBM의 수익 기여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의 'HBM 독주 체제 굳히기'가 유력하다.
SK하이닉스는 D램보다 3~5배 이익률이 높은 HBM 시장에서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최첨단 HBM 공급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HBM 5세대인 'HBM3E' 8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업계 최초로 납품한 데 이어 최근 12단 제품도 최초로 양산에 돌입했으며, '6세대 HBM'(HBM4)도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한 단계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부진이 지속되는 점은 HBM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는 원인 중 하나로 언급된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 기관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의 와카스기 마사히로와 서실리아 찬 애널리스트는 HBM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향후 12개월간 SK하이닉스의 시장 지배력이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BI는 SK하이닉스의 HBM 주문은 2026∼2027년까지 예약돼 있으며, 올해 16조∼2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설비 투자가 HBM 시장 점유율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HBM은 제작하면 모두 판매되기 때문에 만들수록 수익성이 개선되는 구조다. 앞서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지난 5월 "내년도 물량까지 대부분 '솔드아웃'된 상태"라고 밝힌 만큼 SK하이닉스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 마이크론의 HBM 부문 평가 가치가 지난해 40억 달러(약 5조4000억원)에서 내년 250억 달러(약 33조9000억원) 이상으로 급증할 것으로 보는 등 HBM 시장 규모의 성장세가 가파른 점도 호조다.
업계 관계자는 "AI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HBM에 집중 투자한 것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내년까지는 SK하이닉스의 좋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