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곽민구 기자 | 삼성전자가 올 3분기 부진한 실적을 거두면서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실적 발표 후 이례적인 경영진의 사과문 발표 등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침체된 상황이다.
이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기술 경쟁력 상승 외에 반등을 위한 대책으로 '인적 쇄신' 카드를 꺼낼지에 대해서도 이목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9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1조원가량 줄어들었기 때문에 호실적은 아니지만, 3분기 일회성 비용 등을 감안하면 최악의 위기에 이르지는 않았다는 평가다.
다만, 외신의 해외 인력 감축 보도, 지속되는 주가 하락 등 전방위적인 위기론 확산이 멈출 줄 모르고 퍼져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위기라는 의견의 중심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부진'이다.
이번 잠정 실적 발표에서 세부 사업별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DS 부문이 전체 실적의 50% 이상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실적의 과반을 차지하는 만큼 DS 부문에서 분기 및 한 해 농사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최근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에서 순항하고 있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DS 부문의 4분기 전망치까지 합산하면 SK하이닉스가 근소하게 앞설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HBM 시장에서 한 발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 경영진은 실적 발표 후 이례적으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 부문장(부회장)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며 "이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우리에게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부진하면서 이재용 회장의 향후 행보에 대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종 결정권자인 만큼 부진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평가도 나오며, 반등을 위한 대책 강구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곧 있을 인사이동 시즌에 눈길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통상 12월 초에 사장단 인사→임원 인사→조직 개편을 순차적으로 실시한다. 지난해에는 예년보다 일주일가량 앞당긴 11월 말에 인사를 진행했으며, 올해도 인적 쇄신에 대한 회사 안팎의 요구가 많아 속도를 앞당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인공지능(AI) 시대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DS 부문을 비롯한 경영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12월 과감한 세대교체를 위해 반도체·가전·모바일 등 3개 부문장을 전원 교체하는 인사를 실시한 바가 있는 만큼 이재용 회장이 올해도 인적 쇄신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엔비디아와 TSMC의 실적을 보면 삼성전자의 현재 상황은 위기라고 할 수 있다"며 "이재용 회장 등 경영진의 책임이 있는 상황에서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인적 쇄신"이라며 "본원적 경쟁력이 떨어진 것에 대해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 이재용 회장도 미래 청사진 면에서는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